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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레일솔루션연구소의 수장에게 수소모빌리티, 한국형 고속열차의 미래를 묻다

세계 17개국 137개 기업이 참여한 2025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Korea Railways & Logistics Fair, RailLog Korea)에서 현대로템은 최대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하며 선진화된 철도 기술을 선보였다. 2023년 열린 같은 행사의 전시 내용과 비교하면 부쩍 발전한 모습이었고, 특히 수소모빌리티와 고속열차 분야에서는 명실상부 글로벌 선두주자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연구소장 이원상 상무

30여년 전만 해도 유럽의 고속열차 제작 기술을 이전받던 대한민국의 현대로템이 고속열차 국산화 및 해외시장 진출을 이루고 대심도 수도권광역철도(GTX)와 수소전기트램 상용화 등에 성공하며 명실상부 글로벌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우뚝 서기까지는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연구소의 노력이 컸다.

레일솔루션연구소는 완성차량부터 전장품, 대차, 신호시스템 등 핵심부품과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현대로템 철도사업 부문의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곳이다. 이원상 상무는 1992년 입사해 주행장치개발팀장, 시스템엔지니어링실장, 핵심기술개발실장 등 주요 직책을 수행하며 수소전기트램을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지난 2023년부터는 레일솔루션연구소의 수장으로서 철도차량 및 시스템의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25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 현장에서 이원상 상무를 만나 무엇이 현대로템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뒷받침했는지, 향후 현대로템이 보여줄 또다른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물었다.

올해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현대로템이 전달하고 싶은 가장 큰 메시지는 무엇인가?

“전시회 참가가 결정되면 명확한 주제와 핵심 메시지 선정을 고민하게 됩니다. 올해 현대로템 부스를 보면 전시관 중앙에 대형 수소사회 디오라마가 배치되어 있는 것이 큰 힌트가 될 것입니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쓰는 친환경 열차뿐만 아니라 수소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첫 번째 주제입니다.

현대로템은 2025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마련하고 수소모빌리티 로드맵, 한국형 고속열차 등 핵심기술을 적극 홍보했다.

“실상 수소 생태계 구축은 단지 현대로템만 전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중요한 프로젝트이고, 많은 그룹사와 협력사들이 여기에 관계되어 있습니다. 수소 생산, 저장, 운송, 이후에는 충전과 다양한 수소모빌리티가 수소사회를 채워갈 것입니다.
현대로템은 이처럼 거대한 생태계 안에서 수소모빌리티와 관련한 토털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으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올해 부산국제철도산업전에서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 핵심 주제는 고속열차 분야입니다. 과거에는 열차를 제작할 때 부품을 수입해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열차 제작사라는 지위는 얻을지 몰라도 부가가치는 전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지요. 이러한 산업환경을 바꾸기 위해 현재 현대로템은 국내 협력업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주행장치, 전장품, TCMS(열차종합제어관리장치), 신호시스템 등 핵심부품을 모두 국산화하고 있습니다.

국산화 이후에는 현대로템 단독이 아니라 산업 단위로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어요. 부스 왼쪽에 마련된 전시물들은 지난해 수주에 성공해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하게 된 250km/h급 동력분산식 고속열차에 적용되는 핵심부품들입니다.
현대로템은 국내 철도산업 네트워크 안에서 국산화한 한국형 고속열차를 가지고 향후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람객에게 현대로템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과거에는 행사를 위해 제작한 목업을 전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현대로템이 지난 2년동안 제작해온 양산 단계 직전의, 그러니까 가장 최신의 차량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공항철도 전동차와 대만 타오위안 그린라인 전동차, 그리고 캐나다 애드먼턴 트램 3종으로, 시험까지 모두 마치고 곧 현지 운행에 들어갈 차량들입니다.”

모든 시험을 마치고 운행을 앞두고 있는 현대로템 열차 차량들. 사진 오른쪽부터 공항철도 전동차, 대만 타오위안 그린라인 전동차, 캐나다 애드먼턴 트램.

2년 만에 다시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을 찾았는데, 그때와 비교해 달라진 부분은 어떤 것들인가?

2년 전 수소전기트램이 미래를 제시했다면, 지금은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2023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는 상용화 이전의 수소전기트램을 처음으로 선보였었죠. 이후 가장 큰 진전이라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수소트램 사업을 수주하고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2027년부터 울산 태화강역~장생포 구간을 운행할 수소트램도 얼마전 수주했습니다.

또한, 2년 전 전시한 호주 NIF 2층 전동차도 현재 성공적으로 현지 영업운행에 착수했습니다. 그 차량은 지난해 독일 이노트란스 2024에서도 전시했는데, 당시 세계 각국에서 호평을 받았고 이후 2조2027억원 규모의 모로코 2층 전동차 납품 계약으로 이어졌습니다. 전시회를 통해 실제 사업 수주까지 이루어질 수 있음을 확인한 계기였습니다.”

전시 현장을 둘러보니 부산형 급행열차(BuTX)도 상당히 눈길을 끈다. 현대로템에 있어 BuTX사업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부산형 급행열차 사업의 조감도. 현대로템의 수소동력차가 40m 이하 대심도에서 운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광역시

“BuTX는 현재 민자사업 적격성 통과 심의가 진행 중인데요, 만약 사업 진행이 확정되고 수소동력차의 BuTX 도입이 결정되면 그 자체로 세계 열차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수소동력차는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최초 중의 최초이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수소 열차의 끝판왕이 출시되는 셈이죠. 수소동력차는 수소 모빌리티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고, 현재 현대로템이 설계한 수준보다 더 강한 파워를 지닌 수소 열차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자부합니다.

수소열차의 장점은 친환경적인 부분도 있지만, 전차선 같은 인프라를 줄일 수 있어 터널 사이즈를 크게 축소시킬 수 있습니다. 가덕도신공항에서 오시리아관광단지까지 부산을 동서로 잇는 BuTX의 경우에도 인프라 구축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습니다. 터널 사이즈가 줄어드는 만큼 건설비가 낮아지고 전차선이나 변전소, 변압기 같은 전력공급을 위한 설비도 필요하지 않아서 사업비용 측면의 이점이 굉장히 큽니다. 민자사업으로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까닭입니다.”

이원상 상무가 부스에 방문한 철도업계 관계자들에게 현대로템이 그리는 미래 수소사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수소동력차 개발은 어떤 단계에 와 있는가?

“현재 개념설계 단계까지 마무리됐습니다. 이번에 전시된 수소동력차 미니어처 모형은 기존의 설계 개념입니다. 여기 보면 수소저장탱크가 지붕 위에 얹혀 있는데, 아무래도 유지보수 측면에서 단점이 존재하죠. 설계 당시의 수소연료전지 제원으로는 저 방식이 최선이었어요.”

현대로템 부스에 마련된 수소동력차 모형. 개념 설계는 마무리됐고 BuTX에는 플랫형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진보한 설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사이 플랫형 수소연료전지 스택이 개발되면서 설계 환경이 한층 진일보했습니다. 플랫형 수소연료전지는 이전 수소 스택보다 컴팩트해서 차량 내에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는 수소저장탱크를 차량 뒤쪽에 쌓아 올리는 개념으로 설계가 변경되었죠. 미니어처 모델을 보면 수소연료전지 스택 2개로 이루어진 수소 셀 패키지가 4개 있습니다. 하지만 BuTX에 적용될 수소동력차에는 보조용 수소연료전지 스택 2개가 추가 배치되어 총 10개로 구성되며, 편성 기준 으로는 수소연료전지 스택이 총 20개, 수소 셀 패키지로는 10개가 탑재됩니다.  플랫형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덕분입니다.”

수소전기트램에 탑재된 플랫형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레일솔루션연구소장 이원상 상무.

“출력도 충분해서 지하 40m 이하 대심도 터널에서 시속 160km까지 운행할 수 있고, 지상으로 나오면 시속 200km 이상도 달릴 수 있습니다. 운행속도를 시속 150km로 제한하면 현재 4개 객차를 끄는 것에서 6개, 8개 등으로 연장해서 운행하는 것도 가능해 집니다. 이러한 까닭에 승객을 더 많이 태워야 한다거나 속도를 더 높여야 하는 등 운용 환경이 달라져도 이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수소 인프라만 있으면 수소 트램트레인이나 수소 화물운송열차 등 다양한 개념으로 확장성을 지닌다는 것도 굉장히 매력적인 장점입니다.

현대로템 부스에 마련된 디오라마 모형

설명을 들을수록 BuTX 수소동력차가 갖는 의미가 여러모로 크게 다가온다.

“그렇습니다. 수소전기트램이 수소모빌리티 로드맵을 향한 첫 번째 시도라고 한다면, 수소동력차는 현 단계에서 수소전기트램 기술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궁극의 수소모빌리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GTX에 적용된 최신 기술들도 대거 적용되는데요, 대심도 운행 열차인 점을 고려해 공력이나 기밀 설계 등 핵심기술이 기본적으로 적용됩니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현재 수소를 사용하는 모빌리티 중 최고의 파워를 구현합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수소트럭이 현존하는 최고 파워의 수소모빌리티인데, 이 트럭에는 수소전기트램의 1개의 연료전지세트, 즉 수소연료전지 2개가 탑재돼요. 반면에  BuTX를 위한 수소동력차에는 연료전지 스택이 10개가 들어가니까, 산술적으로 수소트럭 연료전지 스택 2개 대비 5배에 이르는 파워를 내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차는 객차 앞뒤로 기관차가 각각 하나씩 연결되는 동력집중식(push-pull) 차량이니까, 수소트럭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파워를 낸다고 보면 됩니다.”

플랫형 수소연료전지의 등장이 현대로템의 수소열차 개발에 많은 진보를 가져온 듯하다. 이 시스템은 차량 요구성능에 맞춰 자유롭게 조정 가능한가?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지금 보시는 플랫형 수소연료전지는 전세계적으로 공간 및 에너지 측면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 연료전지이기도 합니다. 이미 양산을 위한 규격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더 큰 출력을 확보하려면 모듈화 해서 쌓아 올리면 됩니다. 현재까지 출시된 수소연료전지 중 이보다 최적화된 시스템은 없습니다.

현대로템이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함께 2024년부터 국책과제로 개발 중인 수소기관차는 그보다 더 큰 3MW의 출력을 목표로 합니다. 현 단계에서는 200kW급 연료전지 세트를 쌓아올려 대응을 해야 하는데, 고출력에 맞는 연료전지 시스템이 있다면 더 효율적이겠지요. 예를 들어 향후 1MW 단위의 연료전지 양산화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200kW짜리 연료전지 세트를 15개씩 쌓아 올리는 게 아니라 1MW짜리 3개만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지요. 1MW 급 수소연료전지는 수소기관차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향후 수소선박, 발전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행사에 처음 공개된 플랫형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높이를 낮춘 평평한 설계가 열차공간 설계의 여유를 더해주었다. 현존하는 가장 효율이 뛰어난 연료전지이기도 하다.

현대로템이 구상하는 철도 모빌리티의 향후 로드맵은 무엇인가?

현대로템은 수소전기트램의 뒤를 잇는 수소모빌리티로 저상형 수소전기동차를 준비 중이다. 이후에는 국책과제로 진행 중인 3MW급 성능의 수소기관차가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수소 모빌리티 개발의 로드맵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했는데요, 오늘 전시에서 확인하신 것처럼 수소전기트램에서 시작해 저상형 수소전동차까지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수소전기트램의 기술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라 지금 당장 상용화도 가능한 차량입니다.

현재 국책과제로 개발 진행 중인 수소기관차도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개발이 완료되면 3MW급 성능으로 화물열차를 끄는, 기존의 디젤기관차를 완전히 대체하는 차량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에 우즈베키스탄에 고속열차를 공급하면서 처음으로 한국형 고속열차를 수출하게 됐는데요, 이를 계기로 향후 중앙아시아나 모로코 등의 아프리카 지역, 동유럽과 베트남, 남미 등 전세계로 현대로템의 고속열차가 뻗어나가는 미래도 기대해도 좋겠습니다.”

우즈베키스탄 고속열차에는 국내 협력업체들과 함께 개발한 대차 프레임 등 국산화 핵심부품이 적용된다. 현대로템은 협력업체 네트워크와 함께 성장하며 철도산업의 파이를 키워간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회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현대로템은 협력업체와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관람객은 완성차가 내놓은 성과에만 주목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은 국내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국산화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최고성능을 지닌 수소열차도, 세계무대 진출에 성공한 고속차량도 국내 협력업체와 함께 개발한 자랑스러운 결과물입니다. 앞으로도 현대로템은 국내 중소기업들과 선단구조로 전략적 협업 및 공동 개발을 통해 동반 해외 진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연구소장 이원상 상무

‘함께 성장하는 미래’. 바쁜 일정에 서둘러 자리를 떠야 했던 이원상 상무가 인터뷰 막바지에 꺼낸 이 한마디는 짧지만 큰 울림이 있었다. 모두가 지속가능성을 말하는 시대지만 기술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실재적 현실로 보여주는 기업은 흔치 않다. 이원상 상무를 통해 현대로템이 ‘세상을 잇는 첨단 모빌리티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는 약속을 충실히 지켜나가고 있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레일솔루션연구소 구성원들과 함께 의지를 다지고 있는 이원상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