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EMU-370 프로젝트의 성공은 단순히 ‘빠른 열차’ 라인업을 하나 더 추가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혁신적인 공력 설계부터 고객이 체감하는 소음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낮춘 기술적 완성도까지, 대한민국 철도 기술이 이제 ‘추격’을 넘어 ‘완성’의 단계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고속열차 프로젝트를 연구개발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공명상 상무가 있다.
공명상 상무는 이번 성과 발표회를 통해 “이제는 축적의 단계를 넘어, 실수 없는 안정적인 기술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며 K-고속열차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EMU-370의 연구 성과 발표 현장에서 공명상 상무를 만나, 4년간의 치열했던 개발 뒷이야기와 그가 그리는 글로벌 철도 시장의 차세대 로드맵을 들어보았다.
Interview : 현대로템 RS R&D Hub 고속&SE센터 공명상 상무

이번 EMU-370 연구 성과 발표를 마친 소감은 어떤가?
EMU-370개발은 개별 기업의 프로젝트를 넘어,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사업으로 2022년부터 4년에 걸쳐 진행된 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연구 책임자로서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당초 정량적으로 설정했던 모든 목표를 계획대로, 혹은 그 이상으로 달성했다는 점입니다. 고속열차 핵심기술 개발은 각 기술 항목마다 매우 엄격하고 명확한 정량 목표가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성과 발표회는 그 목표들이 실험실을 넘어 실제 주행과 단계별 검증을 통해 완벽히 충족되었음을 공식적으로 공표하는 자리입니다. 수많은 변수 속에서 이 모든 목표를 만족시켰다는 것은 우리 기술이 이제 세계적 수준의 신뢰성을 갖췄음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철도 기술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매우 뜻깊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 연구 결과가 단순한 기록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내년부터 실제 양산으로 이어져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국가적인 혁신이 되도록 마지막까지 제 역량을 다하고자 합니다.
EMU-370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가장 큰 도전은 ‘공력 설계’였습니다. 열차의 속도가 올라갈수록 공기 저항은 에너지 효율뿐만 아니라 소음, 진동, 승차감에 기하급수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개발 과정에서 현실적인 제작 편의성과 미래를 위한 극한의 성능 사이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주요 장치를 상부에 돌출형으로 설치하면 제작과 유지보수는 훨씬 수월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에너지 효율과 정숙성을 위해 ‘완전 매립형 구조’를 고집했습니다. 설계자들 간의 치열한 조율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 미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선택했고 그 균형을 찾아낸 것이 가장 큰 기술적 도약이었습니다.

공력 설계에서 특히 힘들었던 세부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최적의 전두부(차량의 앞부분) 형상을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EMU-370 차량은 공력 성능 확보를 위해 전두부를 10m 이상 길게 설계했습니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최상의 공력 성능을 제공하지만, 실제 양산 단계에서는 객실 내 좌석 수 확보나 전면창의 시야각 조정 등 상업적인 제약과 부딪히게 됩니다. 기술적으로 최고의 성능과 실제 운영 환경에서의 경제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기에 연구개발 내내 저희를 힘들게 한 난제 중 하나였습니다.

EMU-370에서 현대로템의 기술력이 가장 잘 드러난 핵심 부문은 어디라고 보나?
단연 NVH(소음·진동·불쾌감) 성능을 꼽고 싶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열차의 속도가 빨라지면 소음과 진동도 그에 비례해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EMU-370은 속도를 높이면서도 기존 고속차량 모델보다 소음과 진동 수치를 오히려 크게 낮추는 혁신을 이뤄냈습니다. 결국 고속열차는 승객이 얼마나 조용하고 안락하게 목적지까지 도달하는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승객이 직접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표를 개선했다는 점이 이번에 현대로템이 거둔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용화를 앞두고 가장 우려되거나 숙제로 남아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 ‘경량화’와 ‘좌석 수 확보’입니다. 공력 성능 개선을 통해 약 7%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었지만, 열차가 고속화될 수록 구조적 강성을 위해 차량은 무거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에는 추가적인 신소재 적용이나 경량화 설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빠른 속도만큼이나 한 번에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수송 효율성도 놓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EMU-370이 고속열차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한 마지막 열쇠가 될 것입니다.
국토부 및 철도연구원과의 협업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EMU-370 프로젝트를 통해 구축된 ‘Team Korea’ 모델의 힘입니다. 국가가 비전을 제시하고 연구기관이 객관적인 검증을 주관하며, 기업이 핵심 기술을 구체화하는 이 구조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경쟁력입니다. 이러한 협업 체계 덕분에 단순한 철도차량 수출을 넘어 기술 이전, 인재 양성, 현지 유지보수까지 포함된 포괄적 패키지 형태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단단한 기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고속열차 시장에서 현대로템의 실제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
중국이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키우고 있지만, 국제적인 신뢰도와 협력 가능성 측면에서는 대한민국이 분명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로템의 진정한 경쟁 상대는 지멘스(Siemens), 알스톰(Alstom), 히타치(Hitachi Rail) 같은 전통적인 강자들입니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현대로템의 강점은 최첨단 고속 주행 기술에 동력분산식 설계, 그리고 유연한 패키지 솔루션을 결합했다는 점입니다. 종합적으로 세계 4위권의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저희의 기술적 자부심은 이미 그 이상입니다.
EMU-370 이후의 기술 로드맵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핵심 원천 기술은 향후 KTX 후속 모델과 기존 노후 차량의 성능 개량에 즉각적으로 반영될 예정입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제는 시속 400km급 기술을 목표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2029년에서 2030년 사이, 한국형 고속열차가 세계 무대에서 다시 한번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EMU-370을 어떤 프로젝트로 기억하고 싶은가?
초기 KTX-산천 시절 겪었던 수많은 현장의 시행착오와 눈물이 EMU-370이라는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응집되었다고 느낍니다. 이제 우리의 철도 기술은 기술을 배우고 뒤에서 따라가는 ‘축적의 단계’를 완전히 넘어섰습니다. EMU-370은 더 이상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완벽하고 안정적인 ‘기술 완성기’의 시작을 알리는 모델로 제 기억 속에 남을 것입니다.
Interview : 현대로템 시스템엔지니어링팀 장형석 책임연구원

속도가 320km/h에서 370km/h로 올라가며 소음과 진동 측면에서 마주한 가장 큰 기술적 장벽은 무엇이었나?
고속열차 설계에서 시속 370km라는 수치는 단순히 숫자가 50만큼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물리적으로 소음, 특히 공력 소음은 속도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약 250km/h 이상에서 급격하게 치솟으며 커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320km/h까지는 기존의 데이터로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했지만, 그 이상의 영역은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공기의 저항을 확인하기 위해 차량 외부에 수많은 공력소음 측정용 특수 마이크로폰 어레이(surface microphone array)를 차체 표면 여러 위치에 부착하고 실차 시험을 진행했는데, 고속 주행시 풍압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고가의 센서들이 힘없이 파손되어 날아가 버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렵고 위험천만한 과정 속에서도 실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한 끝에 공력 소음의 발생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설계 인원과의 치열하고도 긴밀한 협업을 통해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유선형 형상을 도출해낼 수 있었습니다.
공력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철도 분야에서는 생소한 혁신적인 분석 기법과 구조를 도입했다고 들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차별점은 주로 고성능 자동차 개발에 쓰이는 ‘전달경로분석(TPA, Transfer Path Analysis)’ 기법을 고속열차에 과감히 적용했다는 점입니다. 차체 1량을 공중에 매단 상태에서 무려 3-40여 개의 3방향 센서를 부착해 100채널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는데, 이를 통해 소음이 어떤 경로를 타고 객실로 유입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기존에는 놓쳤던 취약 경로를 확인하여 개선 방안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차체 분리 상태에서의 시험 시도는 국내 최초이며, 시험 조건을 구현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주로 완성차 단계에서 수행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음의 물리적인 차단 구조 역시 진보했습니다. 알루미늄 압출 구조 위에 점탄성 소재와 메탈 플레이트를 겹겹이 쌓은 ‘샌드위치 구조’를 차량 전체에 적용했습니다. 메탈 플레이트가 큰 밀도와 질량으로 소음을 차단하고, 그 사이의 점탄성 소재가 진동 에너지를 내부에서 흡수해 소산시키는 방식입니다. 무려 100번이 넘는 반복 실험을 통해 소재의 두께와 조합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차음’과 ‘제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수백 번의 시험을 거쳐 완성된 EMU-370의 NVH 성과가 승객에게 전달하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엔지니어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단순히 소음 측정기상의 데시벨(dB)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실제 승객이 객실에 앉았을 때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과 정숙함의 질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정밀 분석 결과, 승객들은 견인 전동기 등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특유의 ‘웅웅거리는’ 소음에 가장 큰 피로감을 느낀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우리는 이 특정 주파수 대역을 목표로 하여 설계 개선안을 도출했고, 결과적으로 승객이 무의식 중에 느끼던 불쾌한 소리들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방안을 찾아 냈습니다. 수많은 시험과 해석 시뮬레이션을 통해 완성된 EMU-370의 NVH 성능은 이제 ‘소리가 작은 열차’를 넘어, 가장 빠른 속도에서도 ‘쾌적하고 안락한 시간’을 보장하는 이동 수단이 되었으며 이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승객들이 내릴 때 ‘벌써 도착했나’ 싶을 정도로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것이 저희 연구원들에게는 최고의 칭찬일 것입니다.
Interview : 현대로템 에너지솔루션개발팀 김정철 책임연구원

출력을 기존 대비 47%나 높이면서 무게 증가는 18% 수준으로 억제한 ‘고출력 밀도’ 달성이 인상적이다. 이 효율적인 비율을 찾기 위해 어떤 설계를 적용했는가?
370km/h급 추진 시스템의 요구 출력을 만족시키기 위해 저희는 견인전동기의 연속 정격을 기존 380kW에서 560kW로 대폭 상향했습니다. 단순히 크기를 키우는 방식으로는 무게 제약을 맞출 수 없었기에, 두 가지 핵심 설계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먼저, 각 운전점별 손실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해 실제 주행 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주요 출력 구간에서 손실이 낮아지도록 설계를 최적화했습니다. 효율을 1% 개선하는 것으로 전동기 내부 손실을 12.5%나 저감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로, 고출력화에 따른 고정자 및 회전자의 발열량을 사전에 정밀하게 예측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최적의 냉각 유로를 설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KTX-청룡의 0.57kW/kg을 상회하는 0.71kW/kg의 고출력 밀도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고출력 전동기는 필연적으로 열 발생이 심할 수밖에 없다. ‘열유동 특성을 고려한 냉각 구조 개선’ 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룬 부분은 무엇이었나?
냉각 구조 설계의 성패는 정밀한 ‘열해석 모델’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전동기 내부의 열 흐름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설계 단계에서 이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면 실제 운행 시 기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로템은 다년간 축적해온 견인전동기 성능 평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석 모델의 정확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이 모델을 통해 각 주요 파트별 발열 정도를 면밀히 검토하고, 냉각풍이 열이 집중되는 곳에 가장 효율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통풍홀(Ventilation Hole)의 형상을 조정했습니다.
제작된 시제 전동기에 대해 구속 시험, 온도상승시험 등 가혹한 성능 검증을 마쳤는데, 실제 성능 지표 중 세계 시장에 내놓았을 때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지표는 무엇인가?
출력밀도나 효율 면에서 이미 글로벌 선진 업체들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지만, 저희가 꼽는 가장 독보적인 경쟁력은 ‘Class 220 내열 등급’을 만족하는 절연 사양입니다. 고속 주행 시 발생하는 전동기의 급격한 열 변화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절연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전동기가 성능 저하 없이 지속적으로 동력을 공급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Interview : 현대로템 주행장치개발팀 나원기 책임연구원, 주행장치개발팀 박길배 책임연구원

370km/h라는 초고속 주행에서는 안정성을 위해 현가장치가 ‘단단해야’ 하지만, 승객의 편안함을 위해서는 ‘부드러움’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모순된 요구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현가장치(스프링 및 댐퍼)의 특성값을 도출할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무엇인가?
저희는 실제 차량이 선로 위에서 겪는 진동 데이터를 95% 이상 완벽히 재현할 수 있는 정밀 해석 모델을 구축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설계안을 내놓는다 해도 그 토대가 되는 가상 모델이 실제와 다르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존 고속열차가 축적해온 방대한 진동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모델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이후 ‘단단함(안정성)’과 ‘부드러움(승차감)’의 시소게임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다목적 최적화(Multi-objective Optimization)’ 기법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속 주행 시 대차가 흔들리는 불안정함은 단단하게 억제하면서도, 차체를 타고 들어오는 미세한 고주파 진동은 부드럽게 걸러내는 현가장치의 특성값을 도출해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과 달리 ‘차체 유연체(Flexible Body) 모델링’을 도입해 차체 진동의 고주파 특성까지 반영했다. 기존의 강체(Rigid Body) 모델링과 비교했을 때 실제 해석 결과의 정확도에서 어떤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으며, 실측값과의 오차율을 5% 이내로 줄일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나?
기존의 ‘강체(Rigid Body)’ 모델은 차체를 하나의 딱딱한 덩어리로 가정하여 5Hz 미만의 저주파 흔들림 위주로 계산되었으나, 실제 승객이 불쾌감을 느끼는 진동은 10Hz 이상의 고주파 영역에 포진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20m가 넘는 차체 박스 구조물이 주행 중 미세하게 휘어지거나 비틀리는 특성까지 반영하는 ‘유연체(Flexible Body)’ 모델링을 전격 도입했습니다.
모델만 유연체로 바꾼 것이 아니라, 실제 주행 시험에서 도출된 데이터와 가상 해석값을 끊임없이 대조하며 모델을 미세하게 조정(Fine-tuning)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실제 차량의 물리적 특성을 가상 모델에 정교하게 동기화함으로써, 마침내 실측 대비 오차율 5% 이내라는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임계 속도를 기존 KTX-청룡 대비 20km/h 향상시킨 470km/h까지 확보했고, Roller Rig 시험을 통해 400km/h에서도 이상 진동 없는 안정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주행 장치의 기술적 진보가 향후 EMU-370의 상용화뿐만 아니라, 더 높은 속도대를 지향하는 차세대 고속열차 개발 로드맵에 어떤 기반이 될 것으로 보는가?
임계 속도 470km/h 확보와 시속 400km급 Roller Rig 실증 데이터는 대한민국이 초고속 주행 안정성을 위한 최소한의 기술적 하한선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연구를 넘어 실제 운행 선로의 복잡한 변수들을 가상에서 완벽히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철도 디지털 트윈’의 초석을 다졌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설계 단계에서 400km/h 이상의 극한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진동 이슈를 사전에 예측하고 차단하는 기술적 필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수동형 현가장치만으로는 400km/h 이상의 속도에서 승차감을 유지하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확인했습니다. 이는 향후 차세대 고속열차에 필수적인 ‘능동 및 반능동 제어 시스템(Active/Semi-Active Control)’ 도입 시 필요한 제어력과 세부 사양을 결정하는 핵심 설계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Interview : 현대로템 시스템엔지니어링팀 박기득 연구원

KTX-청룡(6.5m) 대비 전두부 길이를 10.2m로 대폭 늘리며 공기저항 계수를 12% 이상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전두부가 길어질수록 좌석 배치나 차량 제작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러한 ‘성능’과 ‘공간 효율’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최적화했는가?
전두부 길이를 늘리는 것은 공기 저항을 줄이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객실 공간 점유라는 상충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기 저항 저감을 주 목적함수로 설정한 최적화 해석 기법을 적용하여 초기 설계를 수행했습니다.
단순히 전두부만 길게 만든 것이 아니라, 도출된 형상에 기기 배치 가능성, 운전자의 시야각, 그리고 실제 공장에서 제작할 수 있는 제작성 등을 고려하여 정밀한 튜닝(Tuning) 과정을 거쳤습니다. 특히 객실 공간이 시작되는 부분의 곡률 변화를 완만하게 조정하여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기존 차량과 달리 옥상 기기를 매립형 구조로 설계하여 돌출부를 최소화한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냉난방 장치(HVAC)를 매립하는 과정에서 유지보수의 편의성이나 기기 냉각 효율 등의 기술적 난제가 있었을 텐데, 이를 어떻게 해결하며 10% 저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는가?
옥상 기기의 매립은 공기 저항을 줄이는 핵심이지만, 기기 자체의 높이를 줄여야 하는 공학적 난제가 뒤따릅니다. 저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했습니다. 첫째는 내부 부품의 재배치와 코일 설계의 최적화입니다. 단순히 증발기(Evaporator)와 응축기(Condenser) 코일의 크기를 줄이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코일의 배치 각도를 낮게 눕히는 경사 배치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수평 투영 면적을 넓혀 냉각 효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HVAC 전체 높이를 기존 KTX-청룡의 580mm에서 480mm로 무려 100mm나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둘째는 유지보수 편의성 확보입니다. 기기가 매립되면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필터 사이즈를 최적화하고 이를 분할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공기 저항을 줄여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면서, 현장의 엔지니어들이 더욱 편리하게 유지보수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공력 해석 고도화 및 시험 검증 노하우를 내재화하며 해외 주요 고속차량 제작사와 동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풍동 시험과 해석 결과가 약 10%대로 일치하는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정밀한 설계 능력이 향후 EMU-370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 어떤 독보적인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나?
글로벌 시장, 특히 유럽 등 선진 철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의 상호운용성 기술기준(TSI, Technical Specifications for Interoperability)이라는 까다로운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TSI는 압력 변화, 열차풍 속도, 터널 압력파, 횡풍 안정성 등 매우 세밀한 공력 성능 지표를 요구합니다.
저희가 EMU-370 개발 과정에서 내재화한 공력 해석 기술은 이러한 엄격한 기준들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완벽하게 예측하고 검증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제 현대로템은 단순한 제작사를 넘어, 세계 시장의 요구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독보적인 공력 설계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자부합니다.
현대로템이 그리는 미래의 궤적
시속 370km의 한계를 돌파한 EMU-370에서 현대로템이 보여준 기술적 성취는 단순히 더 빠른 열차를 만드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전 세계 철도 시장의 패러다임을 ‘추격’에서 ‘선도’로 바꾸는 전환점이자, 공명상 상무의 말처럼 국내 철도 산업 생태계가 함께 일궈낸 Team Korea의 승리기도 하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공기 저항과 사투를 벌이고,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승차감을 만든 연구원들의 집요한 노력이 있었다. 이 모든 혁신은 국민에게는 안전하고 안락한 이동을, 국가적으로는 철도 기술 강국이라는 위상을 선사했다. 현대로템의 시선은 이제 내일을 향하고 있다. EMU-370에서 확보한 원천 기술은 향후 시속 400km급 초고속 열차 개발의 든든한 초석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