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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신호시스템의 정의와 기술동향

열차신호시스템은 열차 운행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 시스템이다. 업계의 관련 기술 동향과 현대로템의 열차신호시스템에 대해서 살펴본다.

열차신호시스템이란?

우리가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호등은 자동차로 가득 찬 도로 위의 교통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시스템이다. 적색 신호에는 정차하고 녹색 신호에 출발하는 간단한 규칙이 도로 위의 안전과 원활한 교통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철도에는 열차와 관제센터가 소통하며 다양한 운행 상황에 대응하는 열차신호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도심 속 교통질서를 위한 신호시스템과 열차의 신호시스템의 신호체계는 매우 다르다. 여러 대의 교통수단을 제어하는 도로 신호체계와 달리 열차의 신호체계에서는 하나의 폐색(Block) 구간에는 한대의 열차만 운행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또한 신호등을 보고 운행하는 운전자의 판단에 의존하는 도로 신호 체계와는 달리, 열차의 신호 체계는 신호등, 선로전환기, 건널목, 궤도 상태를 판단하는 회로 등의 안전 조건을 판단하는 안전 시스템을 통해 운행된다. 여기에 열차가 점차 고속화됨에 따라 선로변의 신호를 통해 판단하는 방식에서 무선통신 방식을 통해 정보를 전송하는 전구간의 자동 열차신호시스템으로 발전해 오고 있다.

열차신호시스템은 열차의 충·추돌 및 탈선 방지를 위해 열차의 속도를 제어하고, 열차의 주행로 변경을 위해 선로 전환을 수행하는 열차 운행의 핵심 시스템이다. 열차는 자동차와 달리 정해진 선로를 따라 달리기 때문에 자동차의 신호 시스템에 비해 단순할 것 같지만, 신호등과 선로 전환기, 건널목, 궤도 상태 판단 회로, 안전 설비 등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하도록 구축되어 있다. 특히, 열차가 고속화되면서 운전사가 직접 신호를 확인하고 대응하기 어려워져 달리는 열차에 신호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동작하고 있다.

열차신호시스템에 고장이나 오류가 발생할 경우 열차의 충돌, 탈선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열차신호시스템의 관리 및 안전도가 높은 열차신호시스템의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열차신호시스템의 고장으로 인해 상왕십리역 충돌 사고(2014년), 강릉선 KTX 탈선 사고(2018년) 등이 발생했다.

안전뿐만 아니라 수송력 증대를 위해서도 선진화된 열차신호시스템 구축은 필수다. 기술개발을 통해 보다 정교한 신호 체계를 구축할 경우, 정해진 노선에 가능한 많은 열차를 효과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추가 노선 증설이나 신규 열차 투입 없이도 도시 인구 집중화 및 기존 선로 포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철도 신호시스템의 구성

열차 신호시스템의 구성

철도의 신호시스템은 크게 지상신호시스템과 차상신호시스템으로 구분한다. 지상신호시스템은 관제, 연동장치, 자동열차제어장치가 있고, 차상신호시스템은 차상열차제어장치로 구성된다. 관제는 연동장치 및 자동열차제어장치와 열차운행 정보를 주고 받음으로써 모든 열차와 현장신호장치 사이를 원격으로 감시 및 제어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연동장치는 스케줄에 따른 열차 운행 진로 제어를 안전하게 수행하기 위한 신호기, 선로전환기, 궤도회로 등과 연결되어 동작시키는 장치다. 자동열차제어장치는 제어방식에 따라 속도제어 방식(Speed Step)과 거리제어 방식(Distance-to-go)으로 구분하며, 속도제어 방식은 ATS와 ATC, 거리제어 방식은 ATP, D-ATC, CBTC로 분류한다.

자동열차제어장치의 종류

ATS(Automatic Train Stop) – 레일 사이에 설치된 ATS 지상자를 통해 감속 경고를 보내거나 차량을 자동으로 정지하게 해주는 장치

ATC(Automatic Train Control) – 레일을 통해 전송되는 열차제한속도 신호를 차량에서 받아 자동으로 제한속도 이하로 제어하는 장치. 속도제어 방식의 S-ATC와 거리제어 방식의 D-ATC로 구분

ATP(Automatic Train Protection) – 차량의 위치를 바탕으로 열차의 속도를 제어하는 장치로 앞차와의 거리와 선로 상태에 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열차를 제어

ATO(Automatic Train Operation) – ATP를 기반의 열차 자동 운전 장치. 제한속도 내에서 자동으로 역간의 운행을 하고, 역에 정차해 출입문을 여닫는 등 열차를 완전 자동으로 운행하는 것이 가능한 시스템

CBTC(Communication-Based Train Control) – 차량과 지상의 신호시스템이 무선으로 교신하며 운행을 제어하는 방식. 쌍방향 통신이 가능해 관제실과 열차가 서로 열차 상태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앞뒤 차량의 정보를 관제실에서 지속적으로 파악하며 운행을 통제

열차 자동제어 시스템의 종류

글로벌 열차신호시스템 개발 동향

열차신호시스템의 발전 단계

최근 철도 선진 국가에서는 운영의 유연성 및 확장성 향상을 위해 열차간 직접 통신을 하는 시스템인 T2T(Train to Train) 기반 기술을 통해 열차신호 제어의 주체를 지상에서 차상으로 바꾸고, 지상관제 운영자 및 기관사 개입 없이 지능화된 열차 간의 협력을 통해 열차의 배차간격을 더욱 좁게 유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철도산업 혁신 프로젝트인 ‘Shift2Rail’에서는 열차의 수송량을 획기적으로 증대하기 위해 열차 간에 직접적인 통신이 가능한 가상연결기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가상연결기술은 두 개 이상의 열차가 초 근접거리 내에서 물리적 결합 없이 가상의 결합을 통해 동시에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영국의 철도기업 RSSB(Rail Safety and Standards Board) 역시 2017년부터 열차의 수송량 증대라는 목표를 가지고 ‘Closer Runnin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지상 설비를 없애고, Vehicle-to-Vehicle 통신 제어 기술, 지능형 자율주행기술, 주행 중 열차의 분리 결합 기술, 예측 가능한 열차 제동 기술 및 빠르고 신뢰성 있는 선로 전환 기술 등의 구현을 연구하고 있다.

중국은 선, 후행 열차 간 통신을 기반으로 주행 간격 및 선로 분기 제어를 수행하는 열차 중심 열차제어시스템에 대한 연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중국 국립자연과학재단과 베이징 지아오통(Jiaotong) 대학 등에서 열차제어시스템 신뢰성 향상을 목표로 ETCS(European Train Control System)에 대응하는 열차 간 통신 기반 간격 제어 프로토타입을 개발 중이다. 일본은 열차 스스로 열차 지연 예측에 따른 운영 스케줄의 동적 변경 및 전방 열차와의 간격 제어가 가능한 열차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열차신호시스템 개발 동향

한국형 도시철도 신호시스템 KTCS-M의 구성

우리나라의 열차신호시스템은 기존 시스템의 국산화에 초점을 맞춰 기술 개발을 추진해왔다. 현대로템은 우리나라의 통신환경을 고려해 고속열차, 전동차, 트램 등 다양한 종류의 열차에 맞는 한국형 열차신호시스템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한국형 도시철도 신호시스템 ‘KTCS*-M 차상/지상 시스템’은 ISM 밴드의 Wi-Fi 방식 또는 철도 전용 무선통신 방식(LTE-R)을 이용해 차상-지상 간 연속적인 양방향 데이터 통신으로 열차를 안전하게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완전무인운전(UTO)을 포함한 모든 자동운전 레벨 운행이 가능해 도시철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KTCS: Korea Train Control System : 한국형 열차신호시스템

KTCS-2 차상시스템은 현대로템이 개발한 일반철도 및 고속철도용 열차신호시스템으로, 한국형 LTE-R 통신 기반 열차제어 시스템 규격을 만족하는 ATP 장치다. KTCS-2의 개발로 국내 열차신호시스템의 표준화되어 전국의 어떠한 노선에서도 호환되는 국산 신호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해당 시스템은 대한민국 노선에서의 운용성은 물론 ETCS(European Train Control System) Level 1 및 Level 2 표준 규격에 따른 유럽 및 기타 지역의 노선에 대한 상호 운용성을 제공하며, 높은 가용성으로 열차를 안전하게 운용 및 관리할 수 있다. 현대로템은 현재 개발이 완료된 KTCS-2 열차신호시스템의 전라선 익산~여수 엑스포 180km 구간에서의 시범운영을 통해 성능 검증 후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ETCS Level 별 동작 원리

한편 현대로템이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최신 열차신호시스템 관련 기술(가칭 ‘KTCS-3’)인 자동운전 지원 ETCS Level 3 차상신호시스템은 유럽 철도 표준 규격을 만족하는 ATP/ATO 통합 차상 시스템으로, 고속철도 운행 환경(350km/h 속도 대역)에서 궤도회로를 사용하지 않고 무선통신(LTE-R)만을 사용하여 열차 제어가 가능한 신호시스템이다. 열차자동운전(GoA 2)을 지원하여 실시간 열차 추적 및 열차 간격 조정을 통해 ETCS L2 대비 높은 선로 효율성 및 철도 수송력 향상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또한 현재 철도 노선에 구축된 ATP(ETCS Level 1)와 시범사업 이후 양산을 추진중인 LTE-R 기반의 KTCS-2와의 상호 운영이 가능해 상호운영성 향상 및 지상설비 최소화 등의 효과도 가져올 전망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2020년 국가 R&D 과제로 국가철도공단과 함께 이 기술의 개발을 완료하고, 2024년까지 기술 및 성능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로템은 열차신호시스템의 국산화라는 목표 하에 국내 열차신호시스템 분야에서의 연구개발을 주도해가고 있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기술뿐만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최신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물론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자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등의 신기술을 철도분야에 적극 활용해 독자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철도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