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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철도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IT 기술의 발전으로 모빌리티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열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모빌리티는 더 이상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며 이동에 여러 가치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중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동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미래 모빌리티의 필수 요소로, IT 기술 발전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철도 분야의 인포테인먼트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이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게 될지 예측해봤다.

모빌리티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란 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정보 전달에 오락성을 가미한 소프트웨어 또는 미디어를 일컫는다. 최근 모빌리티가 전통적 의미의 ‘이동수단’을 너머 하나의 ‘스마트 디바이스’로 인식되며 모빌리티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발전은 자동차 영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동차가 이동수단인 동시에 휴식, 업무 등을 위한 개인 생활 공간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In-Fligh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물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자동차에 국한된 기술은 아니다. 탑승객이 직접 운행하지 않는 항공기와 같은 모빌리티에서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항공기의 경우 보통 긴 시간 동안 장거리를 이동한다는 점, 운행 환경 상 개인 스마트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자체 ‘In-Fligh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축해 탑승객에게 각종 콘텐츠 제공과 더불어 승무원 호출, 운항 정보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도심 철도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대중교통인 열차에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있다. 도심을 위주로 운행하는 지하철, 전철의 경우 플랫폼 및 차량 내부에 정확한 운행 정보를 제공해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있으며, 비교적 장거리를 운행하는 열차는 인근 지역의 관광 정보나 탑승시간 동안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철도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기술

현재 국내 철도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승객에게 공유하는 정보(운행 목적, 운행 노선, 운행 시간 등)의 제공 방식에 따라 크게 3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일반 모니터가 설치된 KTX 실내

1. 일반 모니터를 이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첫 번째는 차량 내 모니터를 이용해 탑승객에게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다. 이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대표적인 방법으로 국내 전철 및 고속철도에 도입되어 있다. 탑승객의 이용 시간이 짧은 전철의 경우 모니터를 통해 주로 운행 정보를 안내하고, 고속전철은 뉴스와 함께 도착지 정보 및 운행 정보 등을 간략히 제공한다. 고속차량에서 일반 모니터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기존의 방송표시기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어 비교적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축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런 시스템은 객실 내 천정의 모니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모든 화면에 동일한 내용이 반복 재생되어 탑승객 개인 맞춤형 콘텐츠 제공이 어렵고, 기존 방송 송출이나 광고 노출 정도로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제한적이라는 측면에서 인포테인먼트 보다는 인포메이션 시스템에 더 가깝다.

인도 Tejas Express의 In-Trai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이미지 출처: North Eastern Railway 홈페이지

2. In-Trai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두 번째 형태는 항공기의 In-Fligh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같이 차량 내 좌석마다 멀티미디어 장치를 설치해 이를 통해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는 ‘In-Trai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영화, 드라마, 게임,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와 더불어 차량 서버와 통신을 해 차량 운행 정보와 관광 정보, 승무원 호출, 승객 방송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탑승객 개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UI(User Interface)를 제공하기 때문에 맞춤형 고품질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In-Trai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좌석별 멀티미디어 장치와 열차 자체의 이더넷 네트워크 토폴로지와 함께 대용량 콘텐츠를 동시에 많은 승객에게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열차 내 서버 구축을 통해 이용이 원활히 되도록 해야 한다. 시스템 설치 및 운영에 비용이 든다는 점 때문에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열차를 이용하는 탑승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이용해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도입이 되면 초기에 도입 효과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독일 Deutsche Bahn의 Wi-Fi On Trai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이미지 출처: Deutsche Bahn 홈페이지

3. Wi-Fi On Trai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세 번째 형태는 웹 포털 서비스 제공 방식인 ‘Wi-Fi On Trai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과 같은 탑승객 개인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탑승객은 열차의 Wi-fi 망에 접속하면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해당 시스템은 AP(Access Point) 외에는 별도의 장치 설치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으며 신속하게 다양한 신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Wi-Fi On Trai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빠른 네트워크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 요소이며, 탑승객 개인에 따라 소지한 스마트 디바이스의 성능이 다르기 때문에 서비스 품질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한계가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성 예시

국내 철도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국내 고속철도는 대륙을 횡단하는 해외의 철도나 국제선 항공기보다 탑승 시간이 짧은 편이기 때문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활용도가 낮아 객실 내 설치된 일반 모니터를 통해 모든 탑승객에게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로 주로 사용돼 왔다. 일반 모니터를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는 열차의 도착 정보, 열차 이용에 필요한 안내 방송, 지자체의 지역 홍보 및 광고 영상 등이 있다.

KTX-이음 우등실의 In-Trai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국내 철도차량 중에서는 처음으로 In-Trai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이미지 출처: 한국철도공사 공식 블로그

그러나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서비스에 대한 눈높이는 점차 높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 철도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 운행을 시작한 KTX-이음 우등실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KTX-이음은 국내 최초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으로, 이중 갱웨이를 적용해 소음이 적고 통로 및 좌석이 넓은 데다 승객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을 갖췄다는 점에서 승객 친화적인 열차로 평가받고 있다. 그중에서 우등실에 적용된 In-Trai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국내 철도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가령 KTX-이음 우등실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좌석마다 개인용 VOD(Video On Demand)를 설치해 탑승객 개개인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탑승객은 좌석 전면에 배치된 10.1인치 Wide LCD를 통해 VOD 서버를 통해 발송되는 열차 운행정보, 긴급알림, 안내방송 등을 직접 받아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VOD 서버에서 스트리밍하는 영상 콘텐츠 및 음악도 감상할 수 있고, 내장된 웹 브라우저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향후에는 배달 및 보안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광범위한 승객 서비스가 포함될 수도 있다.

철도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미래

LG디스플레이가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선보인 철도용 투명 OLED 패널.
이미지 출처: LG디스플레이 홈페이지

앞서 소개한 것처럼 열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순차적으로 발전해오고 있지만, 하나의 형태가 주류로 자리 잡기보다는 열차 이용 행태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혼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탑승 시간이 짧고 탑승객이 많아 복잡한 도심 내 철도는 오락성 콘텐츠보다 열차 도착 정보 등이 더욱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향후에도 이러한 방향은 유지하면서 철도 이외의 교통수단과의 환승 정보나 도착지의 환경, 지역 정보 등 탑승객에 유용한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일반 모니터 외에 유리 전면에 적용할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같이 가시성이 높은 미디어 기기가 점차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철도에 비해 이용 시간이 긴 고속철도는 정보성 콘텐츠뿐만 아니라 탑승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오락성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OTT 시장이 급성장하며 양질의 콘텐츠가 다양하게 보급되고 있는 만큼, 철도 탑승객이 차량 내 VOD를 통해 해당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수 있다. 독일 지멘스의 경우 ‘Smart Video Engine’이라는 OTT 제품을 출시하여 생산성, 유연성 및 확장성에 중점을 둔 콘텐츠 기반 비즈니스를 통해 콘텐츠 관리 및 수익 창출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률이 전 세계 최상위 수준이기 때문에 Wi-Fi On Train 시스템을 구축해 탑승객에 다양한 고품질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IT 및 미디어 기기 기술의 발전으로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마련되고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가령 승객이 열차 하차 전 목적지를 검색하면 출구 번호를 포함한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제공받을 수 있고, 탑승 전에는 승강장 별 열차의 승객 혼잡도 정보를 제공받아 조금 더 쾌적하고 편리한 열차 탑승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 미래의 철도 산업은 IT 기기와의 결합이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며 그 중심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KTX-이음을 통해 새로운 In-Trai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인 현대로템은 향후에도 다양한 형태의 철도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