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산 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현대로템이 그동안의 고속열차 개발 발자취와 수소 모빌리티를 통한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했다. 앞으로 펼쳐질 현대로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미래 철도산업의 가치 전달을 통해 국내외 철도산업 전문가와 관람객의 많은 관심을 모았던 비전 발표회 주요 내용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호스트를 맡은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연구소장 이원상 상무의 기조발언으로 시작되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기점으로 온실가스 감축, 저탄소, 그린에너지 등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지나며 많은 국가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상황에서, 타 교통수단 대비 안전성, 정시성, 경제성, 친환경성을 지닌 철도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철도는 가장 많은 승객을 빠르고 안전하게, 저렴하고 편리하게, 그러면서도 친환경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대중 모빌리티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속철도 개통 20주년, 고속차량 분야의 리더로 거듭나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고속차량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레일솔루션연구소 공명상 실장이 고속철도가 중심이 되는 전세계 철도산업 트렌드에 발맞춘 현대로템의 고속전철 개발 발자취와 준고속차량 GTX 전동차의 핵심기술을 소개하고,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연구활동에 대한 비전을 소개하였다.
2004년 개통되어 올해로 20년을 맞이하는 국내 고속철도는 1989년 프랑스로 부터 KTX 고속열차를 도입하는 동시에, 최고 350km/h의 한국형 고속열차 G7 개발사업에 착수함으로써 핵심부품 국산화 및 요소기술을 확보하였다. 이를 통해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된 ‘KTX 산천’ 상용화에 성공한 대한민국과 현대로템은 일본, 프랑스,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로 300km/h 이상 고속차량을 독자 설계 및 제작할 수 있는 국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이후 국내/외 고속차량의 다양한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추진한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개발사업 ‘HEMU-430X’를 통해 420km/h 이상의 주행 성능 기술을 확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EMU-260 (KTX-이음)’을 개발 및 양산하여 지난해 1월부터 강릉선, 중앙선 및 중부내륙선 구간에 배치 완료하였다. 이후 3년만에 속도를 320km/h로 늘린 코레일 ‘EMU-320’에 이르기까지 발전을 거쳐온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는 현재 호남고속선 등에서 내년 개통을 목표로 막바지 담금질 중이다.
추진력을 제공하는 동력차가 열차 양 끝에 적용되는 동력집중식과 달리, 동력원이 차량의 중간/하부에 분산되어 있는 분산식 고속차량은 에너지 효율 및 가속과 감속이 매우 우수해 역과 역 사이의 이동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높은 가감속 능력을 요구하는 국내 철도 환경에 보다 적합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철도뿐만 아니라 글로벌 고속차량 시장에서도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의 선호도가 높아, 해외 수출 전망도 긍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동차 기술로 서울과 수도권을 잇는 GTX
광역급행철도 ‘GTX’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GTX는 지하 40m 이하 대심도에 선로를 구축해 노선을 직선화하고 최고 운행속도는 180km/h에 달해 기존 지하철보다 표정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 운정 – 동탄을 연결하는 GTX-A 노선 개통 시 서울과 수도권을 30분대로 연결할 수 있어 수도권 외곽의 교통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GTX를 통해 도로 통행량이 분산 및 감소되면 연간 약 44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내는 고속주행 및 터널에서의 운행환경을 고려하여 설계되었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한 공기정화시설을 갖췄으며 소음 저감과 공기 기밀을 위해 국내 전동차 중 최초로 1.6m 수준의 ‘소음 저감 단문형 플러그인 도어’를 적용했고, 고속차량에 사용하는 창문을 채택해 교행에 따른 영향 및 실내 소음을 저감시켰다. 또한 좌석 폭을 기존 450mm에서 480mm로 확대 및 의자 사이에는 좌석 분리형 구조를 적용하여 편의성과 독립성을 크게 향상했다. 또한 친환경 인증서를 받은 카페트를 적용해 보다 안락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를 구현하였다.
현대로템은 내년 개통하는 ‘GTX-A’ 노선 전동차를 시작으로, 추가로 준비 중인 B, C, D 노선에서도 그동안 축적한 고속차량 개발 노하우를 접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전동차를 제작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탄소중립 시대의 궁극적 대안, 수소 모빌리티의 현재와 미래
뒤이어 무대에 선 핵심기술개발실 정훈 실장은 고속차량 뿐만 아니라 친환경 철도 분야에서도 리더로서의 소명과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로템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하기 위해 미래 핵심사업 중 하나이자 탄소중립 시대의 궁극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 모빌리티에 대한 발표를 이어 나갔다.
수소는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다. 물 외에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운용 과정에서 배기가스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기존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월등히 높아 대용량 에너지원으로도 적합하다. 독립적인 에너지원을 사용해 장시간, 대량 운송을 필요로 하는 철도 분야에서 수소는 이에 부합하는 유일한 솔루션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수소열차는 전원 공급을 위한 전차선, 변전소 등 별도의 전기시설이 필요없어 전력 인프라 건설비용 및 유지보수 비용을 함께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현대로템은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도입해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방식의 수소연료전지 패키지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프로토타입 트램에 장착하고 주행시험을 통해 2021년 3월 성능을 검증했으며, 2021년 7월 양산형 수소전기트램의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국가 R&D 사업인 이 프로젝트는 2023년 말 개발 및 시험 완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울산광역시가 참여함에 따라 2023년 하반기에는 울산에서 수소전기트램이 실제 운행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수소전기트램의 핵심은 수소연료전지에 있다. 수소전기트램 루프에 장착되는 수소연료전지는 현대자동차 NEXO 및 버스, 트럭 등 이미 상용화된 수소차를 통해 검증 완료된 시스템을 철도차량에 적합하게끔 적용해 성능과 안전성을 확보했다.
95kW 수소연료전지 4대를 탑재한 수소전기트램은 2대의 전지를 각 선두차에, 고출력 충전·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중간 모듈에 배치해 2개의 독립적인 동력원을 갖는다. 트램 초기 기동 시에는 수소연료전지에서 발전된 전원이 트램에 공급되고, 가속이 되면 부족한 전력을 배터리의 전원과 함께 병렬 공급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제동 시에는 회생 에너지를 견인전동기로 배터리에 저장함으로써 에너지 재활용율을 높인다. 이러한 작동 원리를 기반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15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진정한 수소 모빌리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소 생산 기술까지 함께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로템은 천연가스, 바이오가스로부터 고순도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확보하였으며, 수소 사업 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자체 기술력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는 재활용이 불가했던 부생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여 수소를 튜브트레일러에 충전 및 적재하고 각 수소충전소로 운반하는 기술을 갖춤으로써 보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국내 수소 공급 확대에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수소전기트램의 후속으로 수소열차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세계 최초 액화수소 기반 핵심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2024년부터는 출력과 수소 탑재량 증대를 통해 장시간 운행이 가능한 수소동력차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한 2027년까지 운행속도를 180km/h까지 증가시킨 수소동력차 모델을 개발하고, 2030년까지 대용량 연료전기 기술을 적용하여 운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린 수소기관차와 고속철 모델을 선보이는 미래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고속차량을 비롯한 철도산업 분야에서 ‘Fast Follower’, ‘First Mover’, ‘Great Leader’의 길을 걸어온 현대로템 업적의 발자취와 미래의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할 선명한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던 2023 부산 국제철도기술산업전의 수소·고속열차 기술 비전 발표 행사. 이를 통해 기술의 우수성을 알림과 동시에 친환경 수소 모빌리티 개발을 선도하는 현대로템의 글로벌 철도 시장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