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미래에 화석연료를 대체할 유력한 에너지원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분자의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무한한 물질이고, 산소와 결합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순수한 물만을 배출하는 친환경성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 세계는 이미 수소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수소를 활용한 발전 시스템과 냉난방 시스템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상용화되었고,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달리는 수소전기차 역시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수소사회에서 적극 활용될 수소 모빌리티는 자동차 외에도 철도, 선박, 드론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 수소전기트램은 복잡한 도심 내 원활한 이동을 책임질 친환경 대중교통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전기트램을 움직이는 연료, 수소
수소전기트램은 기존의 일반적인 트램과 달리 트램 내에 탑재된 수소연료전지가 생산한 전기에너지를 활용해 움직인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수소 모빌리티의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작동 원리는 먼저 연료극에 공급된 수소를 수소 이온과 전자로 분리한 후 수소 이온은 전해질 층을 통해 공기극으로, 전자는 외부 회로를 통해 공기극으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전자는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고 공기극 쪽에서 만난 산소 이온과 수소 이온은 물과 열을 생산한다. 쉽게 말해 수소를 주입하면 전기에너지가 발생하는 발전기라고 할 수 있다.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수소전기트램에는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적용된다. 수소연료전지가 수소탱크로부터 수소를 공급받아 전력을 생산하고 잉여 전력은 ESS(Energy Storage System), 즉 배터리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처음 기동할 때나 가속 구간 등과 같이 힘이 많이 필요할 때는 배터리에 저장해 둔 전력을 활용하고, 등속 구간이나 감속 구간 등에서는 연료전지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운행하는 방식이다. 현대로템의 수소트램은 1회 충전시 약 150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운행 중 탄소배출은 0, 공기정화 효과는 덤
트램은 전기로 운행하기 때문에 운행 중 탄소배출이 없는 친환경 모빌리티로 평가받고 있다. 수소전기트램 역시 연료전지에서 생산한 전기에너지로 운행하는 까닭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데다가, 운행 시 주변 공기를 정화한다는 점에서 기존 트램과 차별화된다.
수소전기트램에 탑재된 연료전지는 전기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산소를 외부로부터 수집한다. 이때 사용하는 산소에 불순물이 섞일 경우 화학반응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 필터와 막 가습기 등을 통해 공기를 정화하여 사용한다. 이렇게 사용한 공기는 다시 외부로 배출한다. 이처럼 불순물을 제거한 공기를 배출하기 때문에 운행만으로도 공기 중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수소전기트램의 공기정화 효과
참고로 현대로템 수소전기트램 1편성이 1시간 운행하면 성인 170명이 1시간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약 107.6kg의 청정공기를 생산하는 효과가 있다. 수소전기트램 1,000대가 도심을 누비면 디젤차 4,000대가 내뿜는 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다. 수소전기트램 운용만으로 나무 2만 그루를 심는 것과 동일한 탄소 저감 효과를 얻게 된다.
이처럼 수소전기트램은 탈탄소화 및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뿐 아니라, 미세먼지 저감 및 공기정화 기능으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하는 궁극적으로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다.
경제적인 교통수단, 수소전기트램
고정된 선로를 따라 움직이는 철도차량은 운행 경제성이 매우 뛰어난 편이다. 필요한 에너지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나 항공기보다 매우 낮다. 이는 기본적으로 여러 대의 열차가 철제 차륜으로 철제 레일 위를 구르는 철도차량의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철도차량의 주행 조건은 자동차(도로-타이어)보다 마찰계수가 작고, 여러 차량이 동시에 운행하기 때문에 주행 저항도 작다. 아울러 전기에너지를 동력원으로 고효율 추진 제어를 하는 등의 장점도 지닌다. 이러한 철도 시스템의 장점을 일반 도로에 적용한 것이 바로 트램이다. 게다가 트램은 전력, 전차선이 필요하지 않아 전동차, 경전철 등 다른 도시철도 시스템과 달리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이 경제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차량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전차선 등의 시설을 도로 위에 구축하고 차량의 팬터그래프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 일반 가선식 트램과는 달리 수소전기트램은 자체적으로 동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특히 도심의 경우 가선 시설 공사가 쉽지 않아 무가선 방식인 수소전기트램의 효용성은 더욱 높아진다.
물론 ESS 트램도 수소전기트램과 같은 무가선식이며, 짧은 구간의 운행에서는 오히려 수소전기트램보다 ESS 트램이 더 경제적이다. 하지만 운행 구간이 길어지면 차량 에너지 소비율이 중요하며 이는 트램의 중량이 가볍고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수소전기트램이 단연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성의 극대화를 위해 단거리 노선과 장거리 노선이 섞여 배차되는 구간에서는 ESS 트램과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도 가능하다.
메가시티에 적합하며 교통 약자에게도 편리한 모빌리티
트램 1대는 버스 3대, 승용차 174대와 맞먹는 수송 능력을 제공한다. 트램은 시간당 3,000명 이상의 승객 이동에 적합하고(최대 1만 2,000명까지 수송 가능) 운행 거리가 늘어날수록 투입비용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소전기트램은 무가선식 트램으로 복잡한 구도심에도 구축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전기트램 도입으로 인해 도심 내 이동 편의성이 개선된다면 대기 오염, 교통 체증 등 메가시티가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도 해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전기트램은 기존의 트램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기 때문에 이동 시간의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또한 지하철과 달리 지상의 노면에 직접 설치되어 버스와 같은 다른 도심 대중교통과의 환승 편의성도 뛰어나다. 아울러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수소전기트램은 연료전지부터 수소 탱크, 냉각시스템 등을 모두 모듈화해 차량 지붕에 탑재하는 설계로 차량 바닥이 낮은 저상형 구조를 실현했다. 이로 인해 실내 공간이 넓을 뿐만 아니라 교통 약자가 타거나 내리기에도 매우 편리하다.
수소전기트램 언제 상용화될까?
수소전기트램 실증 국가 연구개발사업
대한민국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수소전기트램 도입을 위해 ‘수소전기트램 실증 국가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21년 7월 울산광역시와 함께 시행사로 최종 선정돼 본격적인 수소전기트램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로템이 수소전기트램 개발과 실증을 총괄하고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울산테크노파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이 사업에서 현대로템은 수출형 수소전기트램용 연료전지시스템 및 주요 부품 개발과 해당 부품을 탑재한 수소전기트램 시험 차량을 개발하여 성능 검증을 주도한다.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와 자체 요소 기술로 2021년 4월 시험 플랫폼을 개발한 노하우가 있는 현대로템은 2023년까지 완료할 이번 실증사업 통해 정부, 기업, 연구기관, 지자체와 공동으로 수소연료전지 핵심부품을 신규로 개발하고, 성능과 안정성 검증을 통해 신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실증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수소전기트램의 조기 실용화도 가능하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고도화, 트램 시장의 확대로 전 세계적으로 수소전기트램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이번 사업을 통해 해외 철도차량 제작사 대비 기술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여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현대로템은 더욱 친환경적인 수소전기트램의 조기 도입을 통해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