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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첨병, 수소추출기

수소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그중에서 수소추출기는 원활한 수소 보급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무분별한 온실가스 배출에서 비롯된 지구온난화가 지구의 자정 능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이로 인해 인류가 자연재해에 직면하게 됐다. 분야를 막론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전 세계가 수소를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

2050년 글로벌 수소 사용량. 출처=맥킨지(Hydrogen scaling up, 2017)

현재 수소를 연료로 하여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수소사회로의 전환이 급격히 진행 중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수소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수소 생산부터 운송 및 저장, 활용 등 수소 밸류 체인의 전 단계에서 기술적, 산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Mckinsey)가 발표한 보고서(Hydrogen scaling up, 2017)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의 수소 수요는 연간 78EJ(석유로 환산 시 약 132억 6,000만 배럴)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수소는 산업용 원료로써 활용도가 가장 높다. 하지만 앞으로는 발전과 수송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에너지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수송 부문의 경우, 수소 자체가 매우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어 트럭, 버스, 상업용 차량, 선박, 항공, 철도 등 주행거리가 길고 하중이 큰 이동 수단에서 경쟁력이 높다. 가령 800km 이상을 운행하는 장거리 운행 트럭의 경우,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했을 때 같은 거리를 이동하기 위한 전기 트럭 배터리의 무게보다 약 2.5배 가벼워 연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짐을 싣고 주행할 수 있다.

산업 분야는 막대한 열에너지를 소비하는 분야다. 이를 위해 다량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많다. 전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산업 분야에서도 청정에너지인 수소를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아울러 건물에 연료전지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에너지 밀도가 다른 연료보다 높아 난방용 열과 전력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수소에너지 도입 사례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 인프라의 핵심은 수소 생산 설비

이처럼 산업 전반에 걸쳐 수소의 활용 사례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수소 생산량이 수소 경제를 선도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소에너지 활용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수소에너지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인프라는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경우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화석연료 에너지처럼 수소 역시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수소 생산은 크게 부생, 수전해, 개질 등 3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부생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 중에 부산물로 발생하는 수소다. 우리나라는 석유화학산업이 발달해 부생 수소 생산량이 많은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부산물로 발생하는 수소이기 때문에 온전히 수소를 공급하기 위한 인프라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전해는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으로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수소 이외에 순수한 산소만 발생하기 때문에 가장 친환경적인 수소 생산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수소 생산 방식보다 관련 인프라 구축에 시간과 비용이 더 소비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수소 생산 방식이다.

생산방식에 따른 수소의 kg당 가격. 천연가스 개질 방식이 가장 경제적이다.

개질 방식은 천연가스를 고온, 고압에서 수증기와 화학 반응 시켜 순수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질 정도로 보편적이라는 게 특징이다. 천연가스 공급만 원활하면 수소를 넉넉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생산 비용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기 때문에 수소사회 진입을 위한 초기 인프라로 적합하다. 즉, 현 상태에서는 개질 방식 수소 생산 설비를 확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대로템의 수소추출기

수소추출기를 생산하는 현대로템의 H2 설비조립센터

현대로템은 수소사회로의 빠른 진입을 이끌 수소 생산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해 수소 생산 및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에 진출했다. 현대로템의 수소 충전 인프라 사업은 수소충전소 구축에 필요한 설계, 구매, 시공 등을 모두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중 핵심이 되는 분야가 바로 개질 방식으로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수소추출기다. 현대로템은 수소추출기 원천기술을 확보해 현대로템 의왕연구소 내 2,000m²(약 600평) 부지에 수소추출기 생산 공장인 ‘H2 설비조립센터’를 구축했다. 의왕 H2 설비조립센터는 연간 20대의 수소추출기 제작능력을 갖췄다. 20대의 수소추출기에서 생산되는 수소량은 연간 약 4,700톤으로, 이는 수소전기차(넥쏘 기준) 85만여 대의 연료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수소추출기의 구성

현대로템의 수소추출기는 가스 압축기를 통해 압축된 천연가스를 탈황탑에서 황 제거 과정을 거친 후, 순수(순수한 물)와 혼합해 개질반응기에 삽입한다. 개질반응기에서 천연가스와 순수는 일산화탄소와 수소로 개질되고, 개질반응기를 거치고 남은 일산화탄소와 순수는 일산화탄소 전이 반응기를 거치며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와 수소로 개질된다. 이후 흡착탑(PSA Unit)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면 고순도의 수소가 생산된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운반되거나 수소충전소로 보내져 수소가 필요한 곳에 활용된다.

이처럼 현대로템이 국산화에 성공한 수소추출기는 수소 수요처로 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장점은 기존 공급망에 수소추출기를 연결하는 장치만 추가하면 수소 수요처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해 바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많은 지역에서 도시가스 또는 바이오가스를 사용하고 있고, 현대로템의 수소추출기의 크기는 40FT 컨테이너보다 조금 큰 정도다(실제 크기 15.2x3x3.6m). 즉, 수소가 필요한 곳에 바로 설치하여 수소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로템은 향후 수소추출기의 부품 국산화율을 80%로 높여 생산단가를 낮춤으로써 지속해서 수소 생산 비용의 경쟁력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H2 설비조립센터에서 생산하는 현대로템의 수소추출기

한편, 현대로템은 수소추출기 제작 기술 국산화에 이어 대형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현재 생산하는 수소추출기는 하루 640kg의 생산능력을 갖췄는데, 이보다 더 많은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중대형급 수소추출기를 개발 중인 것이다. 중대형급 수소추출기는 소형 대비 수소 생산 단가가 낮아, 개발이 완료된다면 수소 가격 인하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현대로템의 노력

2021 부산국제철도 기술산업전에 전시된 현대로템의 수소추출기 모형

현대로템 의왕연구소에 위치한 수소추출기 공장인 H2 설비조립센터에서는 지금도 수소추출기 제작이 한창이다. 현재는 충주와 삼척 등 국내에 공급할 수소추출기가 제작 완료되어 납품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수소추출기 제작 외에도 수소충전장치, 수소출하센터 등 수소 충전 인프라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추진하는 수소 충전 인프라 사업은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수소전기트램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 수소에너지가 우리 생활 전반으로 확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는 빠른 속도로 수소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이 수소에너지로 전환되는 현시점에서 안전성과 편리성, 경제성까지 갖춘 수소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향후 미래 에너지관련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로템은 국내의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하며 수소 인프라 관련 설비의 국산화를 빠르게 달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수소 생산에 사용되는 원가를 절감하고 국내 전역에 수소 인프라를 빠르게 확대함으로써 국내 수소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 나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