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은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이행 전략을 수립했다. 오는 2030년까지 사업장과 공급망(value chain)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2022년말 대비 각각 42%, 25%만큼 감축하고 장기적으로는 2050년까지 완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023년 11월 밝힌 현대로템의 탄소중립 달성 이행 전략은 글로벌 연합기구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 The Science Based Target initiative)’*가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권고안을 반영해 수립되었다.
*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UN 글로벌 콤팩트(UNGC), 세계자원연구소(WRI),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온실가스 배출 삭감을 목표로 발족한 사업.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현재까지 세계 6800여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한 현대로템은 수소 모빌리티와 수소 인프라, 동력분산식 고속철도차량 등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전제품군의 생애주기 저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3년말 한국 ESG기준원(KCGS)이 발표한 ‘2023년 상장기업 ESG 평가 및 등급 공표 결과’에서 현대로템은 3년 연속으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종합평가 A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특히, 레일솔루션 부문은 현대로템이 지속가능경영 선도기업으로 발돋움해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현대로템의 연결매출 기준 전체 사업 매출 54%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 적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레일솔루션 부문은 철도차량 매출 중 무려 95%가 녹색매출로 분류되었다. 이 비중은 수소를 비롯한 친환경 사업 확대와 함께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탄소중립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한국정부의 친환경 경제활동 지침. 6대 환경목표(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 순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수소철도차량 외에도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를 해 온 대표적인 친환경 핵심기술 2가지를 소개한다.
1. 녹색기술인증 획득한 ‘추진제어장치의 영속도 회생제동’ 기술
‘추진제어장치의 영속도(Zero Speed) 회생제동’(이하 ‘영속도 회생제동’) 기술은 전동차가 멈출 때 정차시점까지 회생제동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2018년 현대로템이 국내 최초로 개발에 착수해 이듬해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 214량에 해당 기술을 적용했고, 2021년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2022년에는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하며 친환경성을 인정받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녹색인증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의거해 유망한 녹색기술 또는 사업을 인증하고 지원하는 제도. 그 중 녹색기술인증은 사회, 경제활동 전 과정에서 에너지 자원의 절약 및 효율화를 통해 온실가스,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인증한다.
회생제동은 추진용 전기모터가 추진모드에서 제동모드로 바뀌어 발전기로 동작할 때(차량 속도가 감소할 때) 발생하는 전력을 인접한 차량의 추진에너지로 사용하거나, 변전소 또는 차량에 설치된 배터리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전기모터 및 배터리가 탑재된 전동화 승용차(HEV, PHEV, BEV, FCEV)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으며, 전기기관차, 고속열차와 같은 철도차량에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 초부터 서울2호선 전동차를 시작으로 회생제동 기술이 적용되어 왔다.
기존 회생제동 기술의 단점 해결한 스마트 솔루션
국내에서 운용되던 VVVF 인버터 제어 전동차는 제동시에 견인전동기(추진용 전기모터)의 발전작용을 가선으로 되돌리는 회생제동을 기본으로 했다. 하지만 저속에서 회생제동의 정확한 제어가 어려워서 제동패드의 마찰을 이용해 정차하는 공기제동(마찰제동)을 병행했다. 정차시 약 시속 10~15km 속도 지점에서 회생제동이 점차 감소하고 시속 3~5km 전후 속도 지점부터는 회생제동 없이 공기제동만으로 차량을 완전히 멈춰 세우는 방식(전공교차제어 방식)이다. 이 방식은 마찰 소음과 함께 제동패드 마모에 의한 미세먼지 발생이 불가피하고, 제동감속도가 일정하지 않아 정위치 정차에도 영향이 있었다.
현대로템의 ‘영속도 회생제동’ 기술은 기존 기술과 달리 회생제동을 영속도(zero speed)까지 사용한다. 덕분에 기계적인 마찰소음이 없고, 제동패드 마모에 따른 미세먼지 저감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또한 회생제동으로 영속도까지 전력을 발생시킴으로써 소비전력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위치 정차와 정차시 승차감 개선이 가능하며, 기존 철도차량에도 별도 장치나 부품 추가 없이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 기술 적용 용이성이 뛰어난 장점도 지닌다.
정밀 테스트 통해 확인한 기술 성과
영속도 회생제동 기술은 2018년 3월 개발에 착수해 2019년 7월 개발 완료했다. 이후 서울2호선 구간에서 영속도 회생제동 적용 차량 214량과 전공교차제어 방식의 기존 차량 280량을 실제 운행하며 소비전력, 미세먼지 발생량, 소음 수준을 정밀 테스트했다.
먼저 소비전력 측정 결과, 영속도 회생제동을 적용한 차량에서 기존 VVVF 전동차 대비 서울지하철 2호선 내외선 평균 4.163kWh, 1개 편성으로 환산하면 약 20.8kWh의 소비전력 절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현대로템이 공급하는 21개 편성 기준으로 일일 7회, 연간 300일 운행할 경우 연간 전력소비량 절감 효과는 기존차량 대비 3.58% 향상된 91만 7,280k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동패드 소모량 테스트는 2020년 4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진행됐다. 동력차량과 동력설비가 없는 부수차량으로 구성된 1개 편성 차량의 연간 제동패드 소모량을 측정한 결과 영속도 회생제동 차량의 소모량이 전공교차제어 차량보다 23.4kg 적었다. 이는 영속도 회생제동 기술이 적용된 21개 편성 기준으로 연간 491.4kg의 쇳가루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차소음은 서울지하철 2호선 강변역(반밀폐형 스크린도어)과 낙성대역(밀폐형 스크린도어) 2곳에서 이루어졌다. 강변역의 경우 영속도 회생제동 차량의 소음이 기존 차량 대비 최소 8.1dB에서 최대 13.2dB 적게 측정됐으며, 밀폐형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낙성대역에서는 10.6~23.7dB로 격차가 더 벌어져 탁월한 소음 감소효과를 보였다. 소음이 3dB 감소할 때 소리에너지는 50% 감소하므로, 영속도 회생제동 기술을 통해 80%의 소리 감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공교차제동 차량(280R)
영속도 회생제동 차량
아울러 서울지하철 2호선에서 진행된 정위치정차 시험에선 총 1,634개 역사에서 30cm 이내에 정차하며 정위치정차율 100%를 달성했다. 정교한 저크(jerk, 시간당 가가속도) 제어로 영속도까지 회생제동을 유지한 덕분으로, 아래 정차 저크 그래프에 나타난 것처럼 영속도 회생제동 차량은 정차 시점의 감속도 기울기가 완만해 뚜렷한 승차감 개선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속도 회생제동 기술이 가져올 뚜렷한 녹색성
영속도 회생제동 기술은 탈탄소화(decarbonization) 측면에서 그 의미가 깊다. 이 기술이 적용된 전동차는 연간 91만7,280kWh의 소비전력을 절감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만6,997kg 낮출 수 있다(1kWh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0.4437kg 기준). 이는 연간 6만1,666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제동패드 마모 최소화는 미세먼지 발생량 저감(491.4kg)으로 이어진다. 영속도 회생제동 기술 적용 차량을 운행해 얻는 미세먼지 저감량은 2.9ha의 숲이 저감하는 효과와 같다(숲 1ha당 연간 오염물질 흡수량 168kg 기준). 전동차 운행 구간의 상당 부분이 환기에 어려움을 겪는 지하공간인 점을 고려하면 영속도 회생제동 기술이 가져오는 환경개선 효과는 더욱 크게 와 닿는다.
정차시점의 마찰소음 감소(8.1~23.7dB)는 승객들이 느끼는 청각적 불쾌감을 해소하며, 정위치정차의 극적인 개선은 지하철 운용자에게 운용의 정확성을 제공한다.
2022년 말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한 영속도 회생제동 기술은 이미 서울2호선 전동차와 튀르키예 이스탄불 마흐믓베이 전동차에 적용되어 운행 중이며, 대상 차량은 점차 확대되어갈 전망이다. 영속도 회생제동 기술을 탑재한 GTX-A 전동차가 2024년 3월말 개통하는 GTX-A 노선에서 운행을 앞두고 있으며, 지하철 4호선 과천-안산선의 일반형 50량 전동차와 수도권 전철 수인분당선 24량 전동차도 실운용을 위한 테스트에 한창이다.
2. 10대 철도기술상 수상한 ‘에너지 저감 열차 자동운전’ 기술
‘에너지 저감 열차 자동운전’ 기술은 2023년에 ‘10대 철도기술상’을 수상한 현대로템의 대표 철도기술 중 하나이다. ‘10대 철도기술상’은 한국철도학회 주관으로 2015년부터 발표돼 왔으며, 현대로템은 2023년을 포함해 총 5회 수상하며 선진 철도기술 개발을 입증해왔다.
2023년 수상에 빛나는 ‘에너지 저감 열차 자동운전’ 기술은 열차의 모터 특성, 구배, 선로조건, 열차 특성 등을 고려해 열차 운행 전에 전력소모(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주행 패턴을 생성하고, 해당 패턴에 따라 열차 자동운전(Automatic Train Operation, ATO)을 수행한다. 이 기술은 국가연구과제로 선정돼 2018년 4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33개월간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현재는 후속 연구개발과제의 현차시험을 통해 소비전력 저감 확인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전력 저감 어려운 기존 열차 자동운전 기술과 그 해결책
기존 ATO 자동운전 기술은 주행 패턴(운행 프로파일) 생성시 선로 제한속도 준수만을 목표로 삼는다. 보편적으로 목표 속도와 실제 속도간 차이에 따라 역행과 제동을 반복적으로 제어하게 되는데, 이 같은 방식은 다년간 운행경력을 지닌 숙련된 기관사의 수동 운전에 비해서도 에너지 효율이 낮을 수 있다. 특히, 선로 제한속도가 높은 단거리 구간에서는 열차의 추진과 제동 제어 전환이 더 잦아져 열차의 전력소비량이 더 크게 증가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현대로템의 에너지 저감 열차 자동운전 기술은 에너지 효율적인 운행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수신하고, 그에 따라 생성된 운행 프로파일에 따라 열차 운행을 제어한다. 그 과정은 간단하게는 아래와 같다.
1. 지상장치로부터 열차가 운행할 노선 정보*를 수신
*이동거리 기반 각 구간의 제한속도, 구배, 곡률 등의 선로 정보
2. 차상장치는 열차로부터 운행 중 변하는 승객 중량을 포함한 열차의 중량값을 수신
3. 지상 장치 및 열차로부터 수신한 정보들을 사용해 열차가 자동운전시 사용하게 될 운행 프로파일을 열차 운행 전에 계산*
*계산 시 운행 차량의 추진력, 열차 주행관성에 따른 회전질량, 주행저항 및 구배저항 등과 같은 열차 특성을 반영
4. 열차 운행시 전력소비량 저감이 가능한 에너지 효율적인 운행 프로파일(열차 추진•제어 제동 패턴) 계산
5. 에너지 효율적인 열차 자동운전 기술이 적용된 운행 프로파일을 열차가 최대한 따르며 운행되도록 열차를 제어해 에너지 저감효과를 최대화
시뮬레이션 통해 확인한 기대효과
그렇다면 에너지 저감 열차 자동운전 기술은 과연 얼마큼의 에너지 효율적인 운행이 가능할까? 아래 그림은 기존 열차 자동운전 기술을 사용했을 때 운행한 기록(그림1)과 에너지 저감 열차 자동운전 기술의 프로파일에 따라 운행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그림2)를 보여준다.
두 그림을 비교해보면 에너지 저감 열차 자동운전 기술의 경우, 출발할 때 추진을 더 적게 하며 제동 운행을 개시하기 이전 구간에서도 추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추진 제어의 횟수를 줄이고 타행 운전구간을 최대화하면 열차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상으로는 에너지 저감 열차 자동운전 기술이 기존 열차 자동운전 기술보다 전력을 보다 적게 소비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기존 ATO 대비 소비전력•운용비용 절감 효과 뚜렷해
에너지 저감 열차 자동운전 기술의 현차시험은 서울지하철 3호선 313편성을 대상으로 주엽-정발산-마두-백석 총 4개역 3개 구간(3.883km)의 상선 및 하선 운행, 총 6개 역 구간에서 에너지 저감량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에너지 저감 성과는 시험 구간에서 노멀 모드(정상 운전)과 에코 모드(고효율 운행 패턴 운전)로 각각 무인운행해 누적된 전력량 값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확인했으며, kWh당 평균 단가는 131.7원*으로 계산했다.
*KOSIS 국가정보포탈 전력 사용량 현황(전철)의 kWh당 평균 단가
시험 결과 에너지 저감 열차 자동운전 기술의 고효율 운행 패턴을 적용했을 때 상선(백석→주엽) 및 하선(주엽→백석) 총 13kWh의 전력량 감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선의 경우 노멀 모드 대비 9% 개선된 7kWh의 전력량 감소가, 하선에선 노멀 모드보다 7% 낮은 6kWh의 전력 절감 성과가 나타났다. 시험 구간 기준으로는 총 6개 역을 이동하며 역당 평균 약 2kWh의 전력량 감소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이를 서울지하철 3호선의 실제 영업운행 상황에 대입해 계산하면 하루에 약 215만원, 1개월엔 약 6,467만원, 1년 기준으로는 약 7.7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Wh당 평균단가 131.7원, 1회 주행구간 수 33개역, 1일 운행횟수 편도 248회, 1일 8,184개 역구간 운행 기준
25만그루 소나무와 맞먹는 탄소배출 억제 효과
에너지 저감 효과도 괄목할 만하다. 현차시험에서 확인한 역당 평균 에너지 저감량(2kWh)을 서울지하철 3호선 실제 영업운행 상황에 반영하면 연간 약 589만kWh*의 전력소모를 줄일 수 있다.
*역 구간 당 소비전력 2kWh, 1회 주행구간 수 33개역, 1일 운행횟수 편도 248회, 연간 360일 운행 기준
이는 에너지 저감 열차 자동운전 기술 도입으로 1년에 3,13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약 25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탄소중립 효과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탄소나무계산기’의 중부지방소나무 탄소흡수량 지표인용
에너지 저감 열차 자동운전 기술이 가져올 기대효과는 전력 소모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등 녹색성과에만 머물지 않는다. 불필요한 열차 제동을 줄여 제동패드 마모에 따른 교체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일정한 운행 패턴을 통해 열차가 운행됨으로써 열차 부품의 수명 예측도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다. 열차의 추진•제동 전환 횟수가 줄어드는 만큼 열차운행시 승객이 느끼는 승차감이 향상된다는 점도 반가운 부분이다.
4년여간의 개발을 마치고 현차시험을 통해 검증까지 마친 에너지 저감 열차 자동운전 기술은 EMU-320을 비롯한 도시철도, 일반 및 고속철도 노선 등에 적용되어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