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많은 기업과 산업 및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등 디자인 분야에서는 자사 디자인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권위 있는 디자인 어워드에 도전한다. 그중 ‘iF 디자인 어워드(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는 1953년 처음 시작된 이래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가장 권위 있는 디자인상으로, 제품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디자인의 혁신성, 기능성, 사용자 경험, 친환경성, 미적 가치 등 여러 측면에 대한 평가를 통해 최고의 디자인을 선정한다.
디자인 커뮤니티에서는 꿈의 무대로 여겨지는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현대로템 수소전기트램이 국내 철도업계 최초로 제품 부문 본상을 수상하며 디자인 역량과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 솔루션을 인정받았다.
이번 수상의 영예를 안은 현대로템 수소전기트램은 모빌리티 시장에서 친환경 동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를 철도 대중교통에 접목시킨 차세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써 크게 주목받고 있으며, 지난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실증사업으로 연구개발을 시작해 올해 말까지 최종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다. 도심 경관과 어우러지는 심미성과 차세대 동력원을 활용하는 기술력을 모두 갖춘 운송수단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수소전기트램 디자인을 담당한 레일솔루션연구소 디자인&브랜드팀 남윤오 연구원을 만나 수소전기트램 디자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았다.
수소 모빌리티, 철도로 확장되다
이번 수상은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하는 트램’이라는 독창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수소전기트램은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운행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는다. 훨씬 더 친환경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 외에도 별도의 외부동력 공급 인프라가 필요했던 기존 가선식 트램 대비 가선 설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도심의 미관을 해치지 않는다는 장점도 지닌다. 또한 배터리 충전식 무가선 트램과 비교해 충전 시간, 배터리 용량, 배터리 생산비용 면에서 훨씬 유리해 높은 가능성과 가치를 지닌 차세대 트램이라 할 수 있다.
트램 고유의 특수성과 안전성을 충족하는 디자인
“트램이 다른 운송수단과 구별되는 점이라면, 열차의 모양을 하고 있으면서 도로 위의 자동차, 거리의 보행자와 함께 다닌다는 것이다. 비슷한 외형을 지닌 지하철, 기차와 디자인 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 특징 하나로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된다.” 남윤오 연구원의 설명이다. “도로 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대비책을 갖춰야 하고, 사고 발생 시 차량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와 같은 도로를 점유하는 지상 이동수단이기 때문에 자동차와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게끔 도로교통법 범주 내에서 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트램이 비슷한 구조를 지닌 열차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따로 티케팅 등을 거치는 역사(驛舍), 플랫폼 등과 같은 시설물 없이 도로에서 바로 탑승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복잡한 승하차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 열차와 달리 그 과정이 단순하며 그에 따라 정거장 시설을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렇다면 플랫폼 등 부가시설에 대한 설계를 배제하는 것에서 오는 디자인 과정도 더 단순하고 수월해지는 것일까? 남윤오 연구원은 오히려 그 반대이며 더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답한다. “철길, 터널 등 확실하게 구분된 영역 내에서 정해진 노선을 다니는 열차는 차량은 상대적으로 변수가 제한되어 있어 고려할 부분이 적다. 하지만 도로 위에서 승용차, 트럭 등과 함께 도로를 사용하는 트램은 이들 교통수단은 물론 자전거, 사람 등과 직접 부딪히는 사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만큼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라며 트램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그 외에도 트램 고유의 특성을 고려한 디자인은 다양한 차별점으로 드러난다. 복잡한 승하차 프로세스 없이 버스처럼 바로 승하차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생되는 디테일도 그중 하나인데, 일반 탑승객뿐 아니라 휠체어 사용자와 같은 교통 약자의 탑승도 수월할 수 있게끔 4개 출입구 바닥에는 램프를 열어 도로 지면 위로 올려 휠체어 탑승객의 승하차를 수월하게 돕는 기능을 적용한 것이다.
트램은 열차와 달리 장거리가 아닌 단거리 위주의 운송수단이므로 실내 거주성 면에서도 기존 열차와는 다른 특성이 고려되어 있다. 정거장에서 정거장까지 이동에 1~3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 소요되고 탑승객 또한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에 거주성과 안락함보다는 승하차 수월성이나 붐비는 객실 내에서 출구 쪽으로 이동이 수월할 수 있게 만드는 동선 확보의 용이성 등을 고려해 디자인된다.
또한 남윤오 연구원이 특별히 힘주어 설명한 부분은 ‘안전’이었다. “실내 공간도 단순히 거주성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트램의 실내 공간은 사고 시의 탈출 등 안전을 위한 다양한 요소까지 감안해 디자인했다. 예를 들어 사고로 인해 한쪽 문이 파손된 경우, 휠체어를 이용하는 교통 약자가 실내에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이 가능하게끔 구조물의 배치 폭까지 고려하는 등 편의와 안전을 위한 다양한 디테일을 실내 공간에 녹여냈다.”
“매끈하게 디자인된 전면부에도 안전을 위한 이유가 함께 숨어 있다.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 가능성이 있는 운송수단인 만큼 사람이 객차 밑으로 깔려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형상으로 다듬었다. 또한 자동차의 그릴과 같은 부가적인 디테일 요소도 추돌 시 추가적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기에 디테일을 덜어내고 단순한 외형을 갖추게 된 것도 미려한 아름다움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함이었다.“
조직간 협업으로 완성시킨 현대로템 노하우의 결정체
안전과 편의성 등 다양한 요소를 충족시키기는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서 많은 현대로템 구성원도 함께 힘을 보탰다. 다양한 협업부서와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현대로템의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디자인에 담아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의 결과물은 디자이너 개인 역량 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디자인 대상의 본질, 즉 트램의 경우에는 앞서 말한 트램의 다양한 차별점과 특수성을 비롯해 기계적 특징에 대한 이해까지 갖추고 있어야 이를 융합시켜 창의적 디자인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엔지니어링 파트 연구원들과 많은 고민을 나누며 많은 도움을 얻었다. 시각적 요소와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디자이너, 기계적 이해도가 높은 엔지니어의 서로 다른 능력이 퍼즐처럼 끼워 맞춰지며 서로를 보완할 수 있었고, 함께 퍼즐을 맞추는 과정들이야말로 수상의 근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수소전기트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수확한 또다른 성과 중 하나는 내부 협업을 통해 디자인 업무를 확장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디자인 업무는 조감도 제작 단계까지만 걸쳐 있었으나, 수소전기트램 실증사업 프로젝트을 진행하면서 내부 협업을 통해 디자인 초안 제작, 상세설계, 초도차량 제작 단계 등 전 과정에 거쳐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다.
남윤오 연구원은 이렇게 쌓아올린 현대로템의 엔지니어링 노하우와 협업의 노력을 다시 디자인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수소전기트램의 전면부가 바로 그 증거. 수소 모빌리티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하는 Signature DRL(Daytime Running Lights, 주간주행등)은 시선을 사로잡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인데, 이를 통해 현대로템의 친환경 수소 모빌리티 비전을 조형적으로 상징화하였으며, 단순 시각적 요소 역할뿐 아니라 외부 운전자, 보행자에게 존재감을 드러내 멀리서 혹은 어두운 구간에서 차량의 위치를 인지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현대로템의 노하우와 디자인 역량이 깃든 수소전기트램은 오는 6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2023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대중에 최초로 공개되는 것을 시작으로, 양산을 통해 머지않아 울산에서 실제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수소전기트램이 바꾸어나갈 더욱 아름답고 깨끗하며 편리해질 도심 풍경을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