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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로 달리는 열차의 안전성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탈탄소 정책에 따라 수소열차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수소의 안정성과 함께 이를 주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수소열차가 어떻게 안전성을 확보하며 미래 모빌리티의 주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그 해답을 살펴본다.

수소는 우주에 존재하는 분자의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무한한 물질이다. 아울러 산소와 결합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순수한 물만을 배출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 에너지로서 손색이 없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Mckinsey)는 수소의 잠재력 보고서(The potential of hydrogen, 2022)를 통해 수소는 전 세계의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솔루션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탈탄소화된 전력망이 활성화되고 전 산업 분야에서 수소가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수소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성장의 주동력은 녹색수소발전과 수소 생산 자체이며, 향후 20년 내 가치사슬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래의 수소 (McKinsey & Company ‘The potential of hydrogen, 2022’)
EU 시장에서의 수소 생산을 위한 에너지 수요 예측 (McKinsey & Company ‘The potential of hydrogen, 2022’)

열차, 수소를 만나다

이러한 전망은 이미 현실이 되어 현재 도로 위에서 수소전기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자동차뿐만 아니라 수소로 움직이는 드론, 선박, 열차 등도 빠르게 상용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수소에너지는 다양한 운송 수단의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특히 철도 분야에서의 활용성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는 수소에너지가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설치와 이용, 에너지 효율 면에서도 타 에너지와 비교해 우수하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국가의 수소열차 개발 로드맵

따라서 전 세계 주요 철도 기업은 수소에너지를 활용한 열차의 개발과 양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수소 동력 열차인 ‘Coradia iLint (코라디아 아일린트)’의 영업 운행을 시작했다. 이 열차는 독일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프랑스 철도회사 알스톰이 개발했다.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를 탑재하고, 화학 반응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열차 하부에 위치한 리튬-이온 배터리에 저장한 뒤 필요할 때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최고 속도는 140km/h,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600~800km다. 독일은 오는 2040년까지 전국의 디젤열차를 모두 수소열차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멘스는 수소 전기 동차인 Mireo Plus H를 개발하여 2023년부터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퓌센(Füssen) 구간에서 시범 운행하고, 2024년부터 독일 ‘바이에른 레지오반(BRB)’에서 영업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차량 하부의 배터리와 상부의 수소연료 탱크를 연결하여 구동되며 최대 800km까지 운행이 가능하다. 독일에서 운행하는 디젤열차 총 1,300량을 전부 Mireo Plus H로 대체할 경우 열차당 이산화탄소를 연간 330톤 감축할 수 있다.

알스톰사가 개발한 ‘Coradia iLint’
지멘스사가 개발 중인 ‘Mireo Plus H’

프랑스 역시 알스톰사의 수소열차 시험 운행에 성공했으며, 오는 2025년까지 수소열차 상용화를 추진한 뒤 디젤 기관차를 모두 수소열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지난 2019년 처음으로 수소열차를 개발했고 이듬해 첫 시험 운행을 시작했다. 이밖에 유럽 주요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도 수소열차에 관심을 갖고 실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착수 중이다.

현대로템이 선보인 수소전기트램 콘셉트

국내에서도 수소열차 개발이 한창이다. 현대로템은 2019년 1월부터 수소전기트램의 필요 기술을 선행 연구를 통해 자체 확보하여 수소트램 콘셉트카를 2021년 4월 대중에 공개했다. 3 모듈 1편성으로 구성된 수소트램 콘셉트카(플랫폼 차량) 개발을 통해 자동차 분야 수소 시스템의 수소트램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2021년 7월부터는 현대로템, 한국자동차연구원, 철도기술연구원, 울산시(울산TP) 등 4개의 주관기관이 컨소시엄 형태로 지자체, 비영리기관, 기업 등 총 22개 기관이 참여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의 ‘수소전기트램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 차량은 최고속도 시속 70㎞, 수소 1회 충전 최대 150㎞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또한 현대로템은 타 글로벌 철도 기업들이 선보인 기체수소를 활용한 수소열차에서 한 단계 진화한 액화수소 기반의 수소기관차 핵심기술도 개발 중이다. 액화수소는 말그대로 수소를 낮은 온도(-253℃)로 냉각해 액화한 것을 의미하며, 기체수소보다 부피가 무려 800배나 작아 보관 안전성과 경제 효율성이 매우 높다. 현대로템이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함께 연구 중인 이 기술은 수소열차 시대로의 진입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기체일 때보다 저장밀도가 2배 높은 액화수소를 사용함으로써, 1회 충전 운행 거리가 기존에 공개된 유럽의 기체수소열차에 비해 약 1.6배 긴 1,000km로 늘어나며, 연료 충전 시간도 약 20% 단축되기 때문이다.

수소열차의 에너지원, 수소의 안전성

수소의 종류

수소열차의 상용화가 이처럼 급물살을 타게 된 이유는 가장 큰 이슈였던 수소의 안전성과 안정성에 대한 선입견을 적극적으로 해소한 결과다. 수소가 부정적 인식을 얻게 된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수소라는 단어가 수소 폭탄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소열차에 사용되는 수소와 수소폭탄의 수소는 엄연히 다른 물질이다. 수소열차를 비롯해 우리가 흔히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는 ‘수소 분자’다.

현재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는 수소열차는 수소 분자를 압축해 700bar 정도의 압력으로 탱크에 저장 후, 낮은 압력으로 낮추어 연료전지로 보내 전기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만들어 이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반면 수소폭탄은 수소 분자가 아닌 중수소와 삼중 수소를 사용한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생성에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해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설령 존재한다 하더라도 수소폭탄의 폭발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1억℃ 이상의 고온과 수천 기압의 압력이 필요하다. 수소폭탄의 핵융합 환경을 만들려면 먼저 원자폭탄을 터뜨려 온도와 기압을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수소열차는 단지 산소와 수소 분자를 결합시켜 전기를 생산해 에너지로 활용한다.

연료의 상대적 위험도. 출처: 한국산업안전공단 MSDS, 미국화학공학회 DIPPR

수소는 우리가 그동안 익숙하게 사용해온 다른 에너지와 비교해봐도 안전한 에너지원에 속한다. 모든 에너지는 폭발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중요한데, 수소는 이미 반도체, 제철, 화학, 정유, 비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오랫동안 사용되며 안전에 대한 관리법도 정립돼 있다. 실제로 한국산업안전공단, 미국화학공학회 등이 평가한 연료별 상대적 위험도를 살펴보면 수소는 우리에게 익숙한 가솔린이나 LPG, 도시가스보다 안전한 에너지다.

수소 저장용 압력 용기의 안전성 평가

물론 수소도 100% 안전한 에너지원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에너지원과 마찬가지로 안전한 관리가 필수다. 무엇보다도 수소는 저장 매체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고압으로 압축해 보관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수소열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열차에 탑재할 수소 저장용 압력용기의 안전성에 관한 법규 제정 및 관리가 필요하다. 수소열차의 수소 저장 용기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다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한 수소전기차의 수소 압력 용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수소 압력 용기는 아래와 같이 4가지 타입으로 분류된다.

타입별 수소 압력 용기의 구조

Type 1 (타입 1)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산업군에 사용되는 타입으로, 스틸(Steel)로만 제작된 압력용기이다. 만네스만 공법(Mannesmann-spun type), 에르하르트 공법(Billet piercing), DDI(deep drawing & ironing) 등의 제조공법으로 만들어진다. 용접 공정을 적용하여 제조된 스틸 압력용기는 큰 범주에서는 타입 1 용기로 분류되나, 고압가스를 저장하는 용도의 압력용기에는 용접공정만을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철도차량의 공기압력(10~11bar)은 그리 높지 않기에 주로 타입 1과 같은 재질의 압력용기를 사용한다.

Type 2 (타입 2)
타입 2의 압력용기는 타입 1을 기반으로 메인 몸통 부분인 라이너(Liner)에 원주 방향으로 유리섬유를 감싸서 강도를 보강한 것이 특징이다. 유리섬유와 라이너가 압력용기의 압력 하중을 분담하기에 타입 1에 비해 압력용기의 두께를 줄일 수 있고, 약 20% 정도의 중량 감소 효과도 얻을 수 있다.

Type 3 (타입 3)
타입 3의 압력용기는 기본적으로 알루미늄으로 제작되며, 탄소섬유와 유리섬유를 활용하여 라이너를 원주 방향으로 완전히 감싼 형태를 지닌다. 타입 2와 마찬가지로 라이너는 고압가스 저장하고, 복합재가 압력 하중을 분담하는 역할을 한다. 단, 탄소섬유와 유리섬유의 역할이 조금 다른데, 탄소섬유는 압력 하중 분담을 하고 유리섬유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탄소섬유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타입 3는 타입 1에 비해 약 60~70% 정도의 중량 감소 효과가 있다.

Type 4 (타입 4)
타입 4 압력용기는 보통 플라스틱(비금속)을 사용하여 제작한다. 타입 3와 마찬가지로 탄소섬유와 유리섬유로 라이너를 완전히 감싸며, 라이너는 가스를 저장하는 역할만 담당한다. 탄소섬유는 압력 하중을 분담하고 유리섬유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탄소섬유막을 보호하며 타입 1에 비해 약 60~70% 정도의 중량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수소전기트램에 상단에 장착된 타입 4 압력용기

일반적으로 수소충전소에서는 경제성이 뛰어난 타입 1 또는 타입 2를 사용한다. 타입 3와 타입 4는 탄소섬유와 유리섬유가 감싸고 있어 폭발 시 용기 파편이 튀지 않고 찢어지면서 수소만 새어 나와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작 비용이 다소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상용화된 수소전트램의 경우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타입 4의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수소전기트램 역시 수소전기차 상용화를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타입 4 압력용기를 적용하여 개발 중이다.

수소가스용 압력용기의 안전성 인증은 자동차, 버스, 트럭, 플랜트 분야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철도와 선박 분야의 인증을 위한 규정은 현재 국내외 모두 검토 단계에 있다. 버스와 같이 차량 분야에 적용된 EC79/EU406(Type approval of hydrogen-powered motor vehicles) 규정을 적용한 형식승인 제도나 유럽의 인증으로 널리 사용되는 ‘E-Mark’ 인증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

E-Mark 인증이란?
자동차, 자동차부품, 전장품 등을 유럽에 수출하기 위한 유럽의 강제 형식승인 제도다. 유럽의 ECE(유럽경제공동체) 규정에 따라 LPG, CNG, 수소연료용 자동차 부품에 대한 시험 및 평가는 인증기관을 통해 인증마크를 받아 해당 부품에 붙여 수출한다.
인증은 통상 시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LPG, CNG, 수소 등 가스를 사용하는 부품은 폭발에 대한 안전성을 위해 강도 및 내구성 시험을 통해 수명을 확인하고, 일부는 외부에 노출되어 설치되는 특성상 장기간 사용했을 때의 손상 허용 정도를 확인하는 시험을 하기도 한다. 또한, 극한 환경에서도 안전성을 확보하는지에 대한 시험도 이루어진다.

압력용기의 내부 모습. 수소열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소 저장 및 취급을 위한 규제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내의 경우 2020년 수소안전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에 따른 수소용품의 안전성 검사를 위해 검사소 운영을 시작했다. 해당 시설에서는 수소생산제품인 수전해설비 및 수소추출설비, 수소활용제품인 고정형, 이동형 연료전지 4종의 제품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수소충전소 등 고압가스시설에는 검사를 통과한 수소용품만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수소버스 압축수소가스 압력용기 평가 설비를 구축하고 내년 6월부터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수소압력용기의 안전관리는 향후 수소경제의 핵심 인프라가 될 액화수소시설, 수소연료전지시설 등의 안전성과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수소열차용 압력용기를 포함하여 더욱 체계적인 안전관리 체계의 완성이 필요하다.

수소열차의 상용화 조건, 안전성

현재 유럽은 ‘Hydrogen Europe’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기존의 디젤열차를 수소열차로 대체하는 장기 로드맵을 구축했다. 2023년에서 2025년까지 화물운송용 기관차에 우선적으로 수소 연료를 적용하고, 2027년까지는 이러한 열차가 유럽 전역에서 운행되기 위한 수소 관련 규격을 제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으로는 2030년까지 탄소 무배출 시스템 열차를 개발해 화물과 승객 운송용 열차에 모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수소전기트램 실증 사업을 통해 국내 수소열차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를 통해 수소열차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2019년 발표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구개발 및 실증을 통해 2030년 이전에 수소열차를 상용화하고 해외 수출도 추진할 전망이다. 수소전기차의 상용화를 가장 먼저 이뤄낸 대한민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달리는 트램과 열차 개발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레일 위를 달리는 수소열차를 곧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템은 2021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수소전기트램의 운영 및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수소 통합 관제 시스템 데모 버전을 선보였다

다만 우리나라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수소열차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소열차 분야만의 안전성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국내의 경우 현행법상 수소열차의 압력용기, 연료장치 등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없어 검증을 시작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지만, 2020년 10월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현대로템의 수소전기트램 시험주행을 승인함으로써 수소전기트램 콘셉트카가 공개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민관이 협력하여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안전성 검증이 선행되어 수소열차의 상용화를 앞당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