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2050년 탈탄소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산업화 이후 급증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이상 기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해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협약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을 체결하고,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인 1.5℃ 이하로 제한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 저감 정책을 예고하고 나섰다.
국내외 기업들 역시 이러한 정책에 발걸음을 함께 하고 있다. 제품 생애 주기에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산업 전반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수치화하고, 이를 관리해 저탄소 제품을 선보이는 탄소 발자국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노력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21%를 차지하는 수송 부문에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국내 철도 산업을 이끄는 현대로템은 보다 친환경적인 철도차량 제작을 위해 생애 주기 전 단계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고 평가하는 등 설계 및 제작 방법들을 개선하고 있다.
탄소 발자국은 무엇인가?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자취가 남는 것처럼 제품을 만들어 사용한 뒤 최종 폐기하는 과정에도 온실가스라는 자국이 남으며, 이를 측정해 지표로 만든 것이 바로 탄소 발자국이다. 국제기구와 세계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중에서도 이산화탄소(CO2)에 특히 주목한다. 이산화탄소가 인위적으로 발생되는 온실가스의 약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온도 상승과 이로 인한 기후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반드시 줄여야 한다. 참고로 탈탄소화, 탄소 제로, 탄소 중립, 넷 제로(Net Zero) 등은 모든 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닌, 배출한 만큼 흡수해 0으로 수렴하도록 상쇄시킨다는 의미다.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수송 부문의 변화는 필수다. 지난 수년간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세계기상기구(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와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가 취합한 두 환경 단체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14%를 차지하고 있던 수송 부문의 비중은 2016년 16.2%로 늘어났다. 참고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 2000년부터 연평균 1.9%씩 증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럽과 미국 등의 봉쇄 조치, 이동 제한 등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량이 0.5%가량 늘었다. 즉, 수송 부문의 적극적인 동참 없이는 탄소 중립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교통수단 가운데 발군, 철도차량의 탄소 발자국
탄소 발자국 인증 단계
탄소 발자국 인증이란 제품 및 서비스의 원료 채취, 생산, 수송, 유동,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온실가스)가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나타낸 지표로, 정부 인증을 통해 라벨 형태로 제품에 부착하는 제도다. 이는 1단계 탄소 발자국 인증과 2단계 저탄소 제품 인증으로 구성된다. 탄소 발자국 인증은 제품 및 서비스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한 제품을 대상으로, 저탄소 제품 인증은 동종 제품의 평균 탄소배출량 이하이면서 저탄소 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4.24% 감축한 제품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교통수단별 탄소 발자국
현재 수송 부문에서 가장 빠르게 탄소 중립을 향해가고 있는 것은 철도차량이다. 이는 이미 여러 기관의 조사 및 연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가령 영국 비즈니스·에너지·산업전략부의 온실가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여객기, 승용차(중형), 버스, 고속열차 가운데 주행 시 평균 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것은 고속열차다. 유럽 연합 철도청(Europe Union Agency For Railway, ERA)의 보고서에서도 철도차량의 환경 영향 평가가 타 교통수단에 비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루프트한자 이노베이션 허브와 트래블 앤 모빌리티 테크(Travel and Mobility Tech, TNMT) 등의 조사에서도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탄소 배출량이 버스와 철도차량보다 몇 배나 높았다. 일례로 KTX 강릉선을 들 수 있다. 서울~강릉 구간을 KTX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1인당 탄소 배출량은 16.0kgCO2로, 승용차의 배출량인 29.91kgCO2의 절반 수준이다. 강릉 방문 시 승용차 대신 KTX를 이용하면 대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코레일은 2020년 KTX 강릉선 고속열차의 운송 서비스에 대한 탄소발자국 인증을 획득해 철도차량의 친환경성을 증명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친환경 자원 사용 등 철도차량의 친환경성에 대한 요구 사항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철도차량 전 과정의 환경 영향 평가는 점차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철도차량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를 통해 고객에게 철도차량의 환경 정보를 제공하고, 다른 교통수단과 환경 영향을 비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철도차량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란?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 개요
철도차량의 생애는 원료(천연 자원) 채취, 원료 가공, 부품 제조, 운송, 철도차량 제조, 운행, 재사용, 재활용, 소각이나 매립과 같은 폐기 순으로 진행된다. 전과정평가는 이 과정 동안 투입된 자원과 에너지, 오염 물질을 정량으로 파악해 잠재적인 환경 영향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도구다. 이는 환경영향 평가방법의 일종으로, 전생애평가라고도 불린다.여기서 환경 영향은 지구 온난화, 자원 소모, 오존층 영향, 산성화, 부영양화, 광화학적 산화물 생성 등이 해당된다. 참고로 이 가운데 지구 온난화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 정량화한 온실가스를 통칭한다. 철도차량 전과정평가는 철도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산정하는 것으로, 이에 대비하는 현대로템의 목표와 계획은 다음과 같다.
•철도차량 제조 공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 데이터 수집
•철도차량을 구성하는 물질의 이산화탄소 배출 관련 배출 계수 및 데이터베이스 수립
•사용 및 폐기 단계 시나리오 작성 및 이산화탄소 배출 데이터 수집
이를 위해 철도차량 설계 단계에서의 자재 목록(Bill of Material, BOM)을 기준으로, 제작 단계의 공정도를 참고해 원·부재료 사용량의 중량 및 비중을 분석한다. 이때 1차 협력사에서 사용하는 원·부재료의 중량 및 비중도 포함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산정한다. 이와 같은 평가를 거쳐 철도차량은 탄소 발자국 인증을 받을 수 있고, 탄소 배출량 평가를 통해서는 저탄소 제품 인증 획득도 가능하다.
현대로템의 탄소 배출량 산정 방법
이산화탄소 배출량 산정을 위한 4단계 수행 업무
현대로템의 철도차량 탄소 배출량 계산은 4단계를 거쳐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1단계는 연구의 목적과 범위를 설정한 뒤 철도차량의 생애 주기에 걸친 평가를 통해 지구 온난화 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 GWP)를 결정한다. 2단계에서는 철도차량의 모든 원자재, 에너지 투입, 폐기물 및 폐기까지의 포괄적인 데이터를 수집한 뒤, 철도차량이 운행되는 모든 주기에 공급되는 전력 데이터를 추가한다. 3단계에서는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질량, 부피 및 에너지 소비 데이터를 모은다. 마지막 4단계에서는 생애 각 과정과 향후 운영 기간 동안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도출해 최종 탄소 배출량을 계산한다. 현대로템은 최근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 전동차 프로젝트에서 앞서 언급된 4단계를 거친 전과정평가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산정했다. 해당 평가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당초 목표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
생애 주기 단계별 지구 온난화 지수(GWP)
현대로템은 철도차량 전 생애 주기의 탄소 배출량 산정을 위해 설계 단계의 중량관리에서 사용되는 철도차량의 BOM과 원자재의 중량 및 비중 값을 사용한다. 정확하게 산출된 중량 정보는 탄소 배출과 관련해 철도차량의 생애 측면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이를 바탕으로 철도 운영사는 열차가 운행되는 동안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어하고, 필요한 만큼의 탄소 배출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더불어 현대로템은 탄소 배출 제로를 위해 수소를 동력원으로 사용해 보다 청정하게 달리는 수소전기열차도 개발 중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철도차량 제작사로서 철도차량을 더욱 환경 친화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