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 참가해 국산화된 선진 철도기술력을 선보였다.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은 격년으로 개최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철도전시회로, 12회를 맞이한 올해 행사에는 17개국 137개 기업이 참여해 951개 부스를 구성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현대로템은 국내 대표 열차 종합솔루션 기업답게 참가업체 중 가장 큰 2700m2 규모의 대형 부스를 마련하고 수소모빌리티부터 고속철도, 해외수출 철도차량은 물론 열차 신호시스템과 전장품, O&M 소개 전시물까지 지난 30년간 쌓아온 국산화 철도기술력을 대거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K-철도 기술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상용화된 수소전기트램에서 비롯하는 수소모빌리티의 선명한 미래

먼저, 현대로템은 ‘사람과 기술을 연결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는 슬로건 아래 수소전기트램으로 시작하는 수소모빌리티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전시관 중앙에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만들어가는 수소밸류체인 생태계를 보여주는 대형 수소사회 디오라마가 배치되었다. 2024년 독일 이노트란스 전시회에 처음 공개된 이 디오라마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까지 이어지는 수소사회와 그 도심을 누비는 다양한 수소모빌리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년 전 철도기술산업전에서 현대로템은 수소전기트램 실증차량 모형을 전시하며 수소모빌리티 시대의 개막을 예고한 바 있다. 올해는 플랫형 수소연료전지 파워시스템 실물을 소개하며 상용화된 수소전기트램 기술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이번에 공개된 플랫형 수소연료전지 파워시스템은 오는 2028년 개통 예정인 대전 도시철도 2호선 수소전기트램에 적용된다. 수소자동차나 상용차에 들어가는 기존 연료전지의 높이를 줄여 2기를 1개로 모듈화한 형태로, 연료전지 탑재공간에 제약이 있는 철도차량(트램, 열차 등)이나 시내 광역버스 등 특수한 차량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수소전기트램은 국내 최초 상용화 모델로 95kW 플랫형 수소연료전지 셀 4개를 결합해 380kW 출력을 내고, 최고시속 70km와 최대주행거리 200km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수소저장탱크 용량은 상용화 모델의 42kg∙1050L 에서 2배로 증량한 84kg/2100L이다. 지난 2023년 울산항선 실증 운행을 통해 안정성과 주행성능을 입증했다. 2024년 현대로템은 대전시와 수소전기트램 34편성 제작부터 신호시스템, 검수시설까지 포함하는 2934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2026년부터 납품을 시작해 2028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차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수소전기트램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한 수소모빌리티 기술이 향후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엿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었다. 미니어처 모형으로 전시된 저상형 수소전기동차와 수소동력차가 그것이다. 저상형 수소전기동차는 설계최고속도 110km/km와 주행거리 500km 이상을 목표로 하는 통근형 및 간선형 차량으로 활용 가능하며, 수소동력차는 설계최고속도 220km/h(지상), 160km/h(지하), 운행거리 600km 이상의 성능과 총 568명의 탑승정원을 갖춘 6량 1편성 구성의 중장거리형 열차 모델이다.

수소동력차는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부산형 급행열차(Busan Train Express, BuTX) 사업에 적용될 예정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BuTX는 가덕도 신공항에서 오시리아 관광단지까지 총 54km 노선을 지하 40m 이하 대심도 터널에서 운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로템은 총 6기의 플랫형 수소연료전지 파워시스템을 탑재해 출력과 운행거리 등 성능을 대폭 향상한 수소동력차를 BuTX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행사에서 현대로템은 BuTX의 모형과 기술뿐 아니라 사업 전반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더욱이 BuTX는 현대로템이 납품한 대심도 운행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기술과 2028년 개통 예정인 대전 2호선 수소전기트램 기술이 총집약된 결과라는 점에서 전시 내용은 향후 전망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성능 앞세워 당당히 세계시장에 출사표 던진 한국형 고속열차

전시관 왼쪽은 국산화 이후 국내외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고속열차 내용으로 채워졌다. 먼저, 별도로 마련된 ‘헤리티지 홀’에서는 1996년 시작된 한국형 고속차량 G7 개발 프로젝트부터 2012년의 한국형 고속시험차량 HEMU-430X 개발 등 30여 년에 걸친 한국형 고속열차의 역사와 기술 개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1994년 프랑스 알스톰사와 고속열차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시작한 현대로템의 국산화 고속열차 개발 역사는 1996년 시작해 2007년 마무리된 G7 개발 프로젝트로 꽃을 피웠다. G7 개발은 이후 국내 최초의 국산 고속열차 KTX-산천(2010년) 상용화로 이어졌고, 현대로템은 세계에서 4번째로 동력집중식 고속차량 자체기술을 확보한 철도 제작회사가 됐다.

헤리티지 홀 전면에선 이 같은 한국형 고속열차 상용화의 결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최초의 국산 고속열차 KTX-산천, 2024년 상용 운행에 들어간 최신 한국형 고속열차 KTX-청룡, 그리고 현재 한창 핵심기술을 연구개발 중인 차세대 고속열차 EMU-370이 미니어처 모델로 차량 소개 내용과 함께 전시되었다. EMU-370은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인 KTX-이음과 KTX-청룡의 후속 모델로, 시속 370km/h까지 증속에 따라 발생하는 공기저항과 공력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두부를 유선형으로 최적화하고 옥상 돌출구조물을 최소화해 상부 공기흐름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로템은 올해 안으로 EMU-370 핵심기술 개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시관 왼쪽의 큼지막한 공간을 차지한 고속열차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고속열차의 주요 핵심부품들이었다. 대차, 추진제어장치, 견인전동기, 보조전원장치 등으로 모두 우즈베키스탄 고속열차에 적용되는 장치들이다. 대차 프레임은 450km/h 이상의 임계속도를 지닌 장치로 유럽 규격(EN14363, EN13749) 및 한국 철도차량기술기준(KRTS-VE-Part31)을 모두 만족한다. 수냉각 방식을 적용한 추진제어장치는 정격용량 1710kW의 컨버터와 1900kVA의 인버터로 구성되어 있고, 견인전동기는 380 kW의 출력을 지녔다. 보조전원장치는 교류출력 및 직류출력 각각 250kVA 및 160kW의 성능을 낸다.




현대로템은 지난 2024년 우즈베키스탄에 250km/h급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42량(6편성)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사업을 발주한 우즈베키스탄 철도청이 EMU-260(KTX-이음)에 기반한 대한민국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의 수송력과 승객편의성 등에 높은 평가를 한 결과였다.

국산 고속열차 최초의 해외시장 진출로 기록된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사업 수주는 현대로템이 국내에서 쌓은 고속열차 제작 기술 및 운영 실적을 해외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현대로템 고속열차의 부품 국산화율은 90%에 가까운데, 이는 KTX-산천을 개발한 사업 초기부터 국내 철도부품업계와 긴밀하게 협업해온 결과다. 이를 계기로 향후 전 세계로 고속열차 수출이 확대되면 현대로템뿐만 아니라 국내 철도차량 산업계 전반에도 새로운 사업 확장의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차량부터 핵심부품 및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 현대로템

현대로템은 국내 유일∙최대 규모의 철도기술박람회에 걸맞은 실물 열차 3종(공항철도 전동차와 대만 타오위안 그린라인 전동차, 캐나다 애드먼턴 트램) 도 함께 전시하며 관람객에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2년 전 행사의 주인공이 GTX-A 열차, EMU-320, 수소전기트램 등 당시 기준 상용화에 임박한 차량들이었다면, 올해는 테스트 후 국내외에서 상용 운행에 들어갈 차량을 내세우며 현대로템이 구현한 K-철도의 현재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공항철도는 혼잡도 완화와 수송력 증대를 위해 현대로템이 제작한 공항철도 신규 전동차 9편성을 올해 말까지 순차적으로 영업운행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며, 무인경전철인 대만 타오위안 그린라인 전동차는 지난 2024년 12월 말 초도 편성 납품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총 80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이 2027년까지 납품을 계획하고 있는 캐나다 애드먼턴 트램은 7모듈 1편성으로 운행 최고속도 80km/h의 성능을 낸다. 현대로템은 2014년 터키 안탈리아 트램(18편성)과 터키 이즈미르 트램(38편성)을 시작으로 2019년 폴란드 바르샤바 트램 123편성, 2021년 캐나다 애드먼턴 트램 40편성 수주에 성공하며 해외 트램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해왔다.

특별히 올해 전시회에서는 행사기간 중 매일 4회씩 고속차량 핵심 부품(전장품 및 신호시스템)과 운영 및 유지보수(O&M) 기술 노하우에 관한 소규모 발표 세션이 열려 열차 토털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현대로템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25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K-철도의 위상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자리였다. 무엇보다, 현대로템은 2023년 전시회 이후 2년 만에 수소모빌리티의 상용화, 고속열차의 첫 해외 수출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모습이었다. K-철도 대표기업에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열차 토털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로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