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컨텐츠에서 충돌사고 시 승객 위험 최소화를 추구하는 현대로템의 충돌 안전설계 기술과 충돌에너지 관리 시스템 (CEM, Crash Energy Management), (https://tech.hyundai-rotem.com/new-normal/crash-and-safety-design-standards-for-railway-vehicles-and-hyundai-rotems-crash-energy-management/) 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현대로템이 승객 위험 최소화를 고려한 안전 설계 기술 중에서 충돌에너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개발한 철도차량용 충돌흡수장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충돌흡수부재란 무엇인가?
철도차량에는 충돌 시 전달되는 충돌에너지를 흡수하고 충돌하중을 관리하기 위해 충돌흡수부재, 확관타입 튜브, 탄성고무 흡수체, 유압 버퍼 등 다양한 형태의 충돌흡수장치가 장착된다. 충돌흡수장치는 설치 위치와 목적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설계되는데, CEM(Crash Energy Management) 시스템은 차량 곳곳에 설치된 에너지 흡수장치들이 충돌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하여 충돌하중이 특정 위치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충돌에너지 흡수 시스템을 통칭한다.
이 중에서 충돌흡수부재는 차량 전두부에 설치되어 CEM의 흡수 메커니즘을 구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치이다. 일반적으로 압괴구조 형태로 설계되어 쉽게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볼트로 차량 전두부에 취부된다. 이 흡수부재는 일반적으로 가공이 쉬운 스틸 용접 구조물로 제작되는데, 적절한 설계를 거치지 않을 경우 압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중(반력)에 의해 불규칙적인 변형 양상을 띠어 충돌에너지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덴트, 벤딩 등의 별도 가공을 추가하여 하중이 가해졌을 때 의도한 변형이 발생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한다.
기존 충돌흡수부재의 단점을 해소한 알루미늄 충돌흡수부재
기존 충돌흡수부재는 높은 가공성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형상으로 제작이 가능하나, 품질관리에 많은 비용이 요구되며 압괴 하중이 높아 트램 및 경전철 등 경량급 차량에 적용하기에는 설계적으로 제약이 존재했다.
현대로템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철도차량용 충돌흡수장치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평균하중 200kN급 (5모듈 트램용) 및 300kN급(7모듈 트램용)에 대응하는 흡수력을 가지는 충돌흡수부재 개발에 착수하였다.
철도차량의 차체 압축강도는 차종에 따라 다르며 가장 낮은 강도가 요구되는 차종은 트램으로 200kN이, 가장 높은 강도는 기관차로 2000kN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철도차량에 적용되는 충돌흡수부재는 차체 요구 압축강도보다 낮게 설계되어 충돌 시 차체 대신 충돌에너지 흡수장치가 소성되며 충돌에너지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충돌에너지 및 충돌하중을 관리한다. 그러므로 현대로템이 신규 개발한 충돌흡수장치는 그 활용도를 높이고자 평균 압괴력을 철도차량 중 가장 낮은 요구 강도 수준인 약 200KN 및 300KN을 기준으로 정하였다.
그 결과, 차량 별로 다양하게 요구되는 흡수용량에 대응하여 길이 조정이 가능하고 단독 혹은 복수로 설치가 가능해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유닛 단위의 알루미늄 압출 제작 방식을 통한 새로운 철도차량용 알루미늄 충돌흡수부재 개발을 완료하고 곧 트램 상용모델에 적용을 앞두고 있다. 높은 압축강도가 요구되는 차종에서는 여러 개를 병렬로 배치가 가능하며, 동시에 충돌에너지 흡수성능 요구에 맞춰 길이를 늘이거나 짧게 조정하여 다양한 철도차량에 적용이 가능하다.
현대로템은 이번 충돌흡수부재의 개발로 균일한 압괴하중의 효율적 충돌에너지 흡수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차량 중량을 경량화하여 열차 제작의 생산성과 경제성까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적의 충돌흡수 성능을 위한 알루미늄 소재
이번 개발에서 최적의 흡수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소재 선정 또한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압출성형 방식으로 제작하기 위해 흡수부재 본체 소재는 알루미늄 또는 알루미늄 합금강으로 고려했다. 알루미늄은 스틸보다 강도가 약하지만 무게가 가볍고 압출방식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작단계에서 공정을 줄이는 동시에 품질관리에 매우 용이하다.
차량 전두부에 장착되는 흡수부재는 타고오름 방지 장치가 부재 앞에 추가되어 충돌시 열차가 서로 맞물려 들려 올라가는 현상(Over-riding)을 방지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부재의 안정적인 압괴 거동은 중요한 설계 요소로 작용한다. 대변형이 발생하는 압괴형 흡수부재에 결함이 있을 경우 의도한 변형이 생성되지 않아 흡수성능이 크게 떨어지게 되고, 불규칙한 압괴거동은 열차의 타고오름 현상 방지를 방해할 수 있다.
알루미늄은 소재 가공, 용접 등 제작 편차가 발생할 수 있는 수작업을 줄이고, 금형을 통해 단면 형상의 설계 자유도를 높일 수 있어 압출생산으로 제작되는 흡수장치로서 매우 적합한 소재이다. 또한 차체 외부에 돌출된 형태로 설치되는 흡수부재의 특성 상, 알루미늄의 우수한 내부 식성은 차량이 약 30여년의 수명을 유지하는 동안 외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규 알루미늄 충돌흡수부재의 작동 원리 및 효과
200kN, 300kN급으로 개발된 충돌흡수장치의 충돌시험 후 압괴 형상 분석 결과, 압괴 시 변형부위는 균일한 벤딩이 나타났으며, 기존 충돌흡수부재 대비 안정적인 압괴하중이 생성되어 높은 흡수효율을 확보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존 트램에 적용되던 확관튜브를 신규 충돌흡수부재로 교체하여 동일한 충돌사고 각본으로 안전성 평가를 했을 때 신규 충돌흡수부재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교적 많은 설치공간이 필요한 확관튜브 방식의 흡수장치는 충돌시 범퍼의 국부영역에서 영구변형이 발생했던 반면, 신규 충돌흡수부재가 적용된 차량에서는 동일한 공간에 용량이 높은 흡수장치를 설치할 수 있어 영구변형이 충돌 부위 범퍼빔 영역에서만 제한적으로 발생하였을 뿐, 차체 구조물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충돌 안정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욱 안전한 철도차량을 제작하기 위한 현대로템의 다각적이고 세밀한 연구개발의 결과로 개발된 신규 알루미늄 충돌흡수부재는 충돌안전성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물론 높은 품질까지 확보한 제품으로 개발되었다. 또한 알루미늄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이용해 신구조를 적용한 신개념 흡수부재라는 것에 그 의미가 크다. 현대로템은 충돌에너지 흡수장치에 대한 연구를 트램에서 전동차급으로 확장하여 이어나갈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충돌사고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충돌안전 최적 설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차량의 충돌안전 시스템을 구성하는 안전장치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 보다 안전한 철도차량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