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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신호시스템과 제동시스템의 상관관계

열차 운행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한 열차신호시스템 구축에 제동시스템이 어떤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 알아본다.

열차를 인체와 비교한다면 열차신호시스템은 열차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열차가 언제 출발할지, 정지할지 등을 판단하며 열차의 안전한 운행을 최종적으로 보장한다. 물론 안전 운행뿐만 아니라 열차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열차신호시스템은 중요하다. 정해진 선로에서 선행 열차와 후속 열차 사이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최적의 운행 스케줄을 조절하는 것이 바로 열차신호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열차신호시스템에서 운전시격의 의미

열차 간 안전 운행 거리 확보를 위한 열차신호시스템은 ‘운전시격(Headway)’을 통해 열차의 가용성과 운송량을 측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운전시격이란 열차와 열차 사이의 시간 간격 또는 배차 간격이라고도 하며, 운전시격의 안정적 유지는 철도차량을 구성하는 모든 시스템이 빚어낸 최적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열차의 제동 성능이 저하될 때도 운전시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열차의 선로 이용률(열차의 서비스 운행 및 유지보수를 위한 열차 이용률을 포함한 24시간 이용률)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소운전시격이란 무엇인가?

열차시격을 계산할 땐 일반적으로 일정한 열차의 운행속도 또는 역 간 이동 시의 표준 가속 및 감속의 평균 기울기 등을 고려한다. 이러한 변수를 토대로 한 선로에서 선행 열차와 후속 열차 사이의 상호운행 간격인 운전시격이 결정되는데, 그 최솟값이 바로 최소운전시격이다.

선로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면 해당 선로에 가능한 한 많은 열차를 운행해야 하고, 열차의 출발 간격을 최소로 해야 한다. 선행 열차와 후속 열차 상호 간의 최소운전시격은 운전시격도에 의하며, 실제 운전할 수 있는 최대 총 열차 횟수는 신호기의 간격, 신호현시계통, 착발선 수, 차량 성능, 정차 시분 등을 감안해야 한다.

가령 하나의 선로에서 선행 열차와 후속 열차의 출발과 정차가 이뤄지는 1선 착발의 경우, 선행 열차가 출발신호기를 지난 시점을 유념하여 최소운전시격도는 시간 곡선에 의한 최소운전시격의 조사도에 표시한 바와 같다. 이때 최소운전시격은 아래 식으로 표시할 수 있다.

최소운전시격(TR)=t1+t2+t3+t4+t5+t6+t7

t1 : 신호현시가 변화하는 시분
t2 : 선행 열차가 발차 후 그 후부가 출발신호기의 안쪽에 진입할 때까지의 시분
t3 : 정차 시분
t4 : 열차의 앞부분이 장내신호기의 안쪽에 진입 후 정차할 때까지의 시분
t5 : 열차가 후방 제 1폐색신호기와 장내신호기와의 사이를 주행하는 시분
t6 : 열차가 계획속도에 의해 제 1폐색신호기의 신호현시(이 경우 주의신호 45㎞/h)로 감속하는데 요구하는 거리를 계획속도로 주행하는 시분
t7 : 승무원이 신호현시를 확인하고 제동할 때까지의 시분(약 3초)

즉, 최소운전시격은 선행열차와 후속열차의 속도가 발현되는 모든 지점 및 상황을 고려하여 계산되며, 계산된 값 중에서 최대 값이 해당 노선의 최소운전시격이라고 할 수 있다(모든 지점 및 상황은 역 간, 역 그리고 회차 등을 고려함).

최소운전시격을 위한 필수 검토 사항, GEBR

열차 운행에 있어 운전시격은 열차신호시스템의 성능 요구사항에 따르는데, 일반적으로 열차의 가용성을 위해 최소운전시격을 요구한다. 이를 만족하기 위해선 차량의 감속도가 중요하며, 감속도 성능은 차량의 제동거리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 제동거리를 고려할 때는 회생제동이 적용된 상용제동뿐만 아니라 순수 공기제동을 통해 빠른 응답속도를 갖는 비상제동도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안전마진(safety margin)이 고려된 비상제동 거리의 성능 기준 중 하나인 GEBR(Guaranteed Emergency Brake Rate)이 반드시 검토되어야 한다.

GEBR이란 보증된 비상제동률로, 제동장치의 고장에도 불구하고 차량에서 보장할 수 있는 비상제동감속도 값을 의미한다. 여기서 GEBR 값의 결정에 적용되는 제동장치의 고장은 합리적인 수준의 고장을 의미하며, 전체적인 제동장치의 고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비상제동률의 산정 기준은 하나의 제동장치 고장, 최대 부하, 평지, 건조한 상태의 선로 등의 기준을 말하고, 열차 제동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차륜 및 레일 조건 등을 추가로 고려한다.

GEBR의 요구 값은 통상적으로 신호시스템의 요구사항에서 제시되거나 열차를 운영하는 기관에 의해 결정된다. GEBR에 대한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값은 존재하지 않으며, 열차의 종류, 하중, 그리고 열차가 운행되는 해당 선로의 조건에 따라 상이한 결과 값이 나온다. GEBR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2가지 요인이 필요한데, 첫 번째 조건은 제동장치의 고장 시나리오고, 두 번째 조건은 예상되는 최저 점착 계수다.

점착계수와 제동력의 상관관계

제동력이 점착력(점착계수×차량중량)보다 높을 경우 슬립 현상이 발생하여 차량의 속도는 줄어들게 된다. 또한 낮을 경우에도 슬라이드 현상이 발생하여 차량의 속도는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제동거리에 영향을 미쳐 열차최소시격을 준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점착력에 영향을 주는 점착계수는 ‘철도공학(2006, 서사범 저)’에서 제시하고 있는 일반적인 점착계수 표(아래)를 참고할 수 있다. 이는 날씨 및 운영조건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며, 특히 레일의 상태를 관리하는 운영사의 관리조건에 따라 편차가 심해지기도 한다. 즉, 휠과 레일 간의 점착 제동을 사용하는 차량의 특성상 GEBR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비상제동 시 제동장치의 신뢰성을 높여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궤도관리에서는 최악조건의 휠, 레일의 점착계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제동시스템과 열차신호시스템

열차 간 안전거리는 제동거리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한 안전마진을 포함하고 있다. 안전마진은 열차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안전장치이기도 하지만, 열차의 최소운전시격 준수를 통해 운영효율을 저감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즉, 제동거리가 불확실할 경우 안전마진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불필요하게 운전시격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열차의 비상제동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안전마진을 줄이는 요인이 되고, 이는 운전시격 산출에도 영향을 준다. 제동시스템의 성능이 효율적인 열차신호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KTCS-2, KTCS-M 등 한국형 열차신호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열차신호시스템을 표준화하고, 효율적인 열차 운영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로템은 선진화된 제동장치의 설계와 적용을 위한 연구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특히, SIL(Safety Integrity Level, 안전무결성수준) 요구사항 만족을 통해 보다 안전한 신호시스템과 제동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영속도(Zero Speed) 회생제동’ 기술 개발, 고속영역과 저속영역 모두 초기 제동 시 회생제동의 데드타임을 없애고 공기제동을 최소화하는 등의 기술 또한 꾸준히 개발해왔다. 이처럼 현대로템은 열차신호시스템의 혁신적인 기술 개발, 다양한 열차 운영 환경에서 제동시스템과의 지속적인 인터페이스 등을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열차 운영 환경을 만들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