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된 ‘2023 부산 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현대로템이 차세대 철도 기술과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국내외 철도 산업 기술과 제품이 집중적으로 소개되는 국내 최대 철도 전시회 행사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참가업체 중 가장 큰 전시 규모를 갖춘 현대로템은 주력 모델인 고속 열차의 개발 역사를 비롯해 친환경 수소 연료전지 열차, 해외 각국에 수출된 열차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아 풍성한 전시를 선보였다. 또한 철도 신호 시스템 등 다양한 철도기술을 함께 선보였다. 대한민국 철도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로템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를 이끌 차세대 열차와 기술을 엿볼 수 있었던 부산 국제철도기술산업전 현장을 살펴본다.
개통 20주년 역사를 함께한 현대로템의 고속철도 개발사
현대로템 전시관 초입에 들어서면 ‘HISTORY FLOW 존’이 펼쳐진다. 현대로템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EMU-320’의 실차 전시, 대한민국 고속철도 역사관 등으로 구성된 곳으로, 2004년 KTX 개통부터 현재까지 고속철도 20년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는 전시를 만날 수 있다.
고속철도 역사관은 1996년 시작되어 세계 4번째 동력집중식 고속차량 자체기술 확보의 근간이 된 한국형 고속전철 ‘G7’을 시작으로, 2008년 국내 첫 고속차량 상용화 모델 ‘KTX-산천’ 등이 전시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2007년부터 개발에 착수하여 차세대 고속철도 사업의 근간이 된 동력분산식 모델 ‘HEME-430X’, 지난해 1월부터 강릉선, 중앙선 및 중부내륙선 구간에서 운용 중인 국내 최초 동력분산식 모델 ‘EMU-260(KTX-이음)’ 등이 전시되었다.
열차 모형 전시공간 맞은편에는 고속철도 개통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자료와 노선도 등을 함께 전시했다. 특히 서울에서 부산 사이 주요 도시를 잇는 경부고속철도는 우리나라를 진정한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며 대한민국 경제와 문화 등 다양한 것들을 변화시켰음을 전시를 통해 전달하는 모습이었다.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이 이용하고 있는 교통수단인 만큼, 많은 관람객들로부터 관심의 발걸음을 모았던 고속철도 역사관은 대한민국 고속철도의 역사를 보여주는 모델의 축소모형과 고속철도 개통의 역사를 다양한 정보와 함께 전달하는 짜임새 있는 전시 구성으로 호응을 얻었다.
역사관 옆으로는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EMU-320’ 실차가 전시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MU-260 개발 이후 3년만에 속도를 시속 320km까지 끌어올린 이 모델은 현재 호남고속선에서 내년 개통을 목표로 시운전 중에 있다. 현재 운행 중인 KTX-이음 대비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25분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EMU-320’는 동력분산식 열차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동력차가 열차 앞뒤 양 끝에 배치되는 동력집중식과 달리, 객차를 포함한 모든 차량 하부에 분산되어 있는 분산식 고속차량은 에너지 효율과 가/감속 등 동력성능이 더욱 뛰어나다. 더욱 빠른 속도와 쾌적한 공간으로 승객에게 편리함을 선사할 EMU-320은 코레일과 SRT 열차로 신규 배치될 예정이다.
HISTORY FLOW 존 옆에 별도로 마련된 ‘H2 TECH FLOW 존’에는 고속철도와 함께 대한민국 교통을 혁신할 광역급행철도 ‘GTX-A’ 열차도 전시되어 있다. GTX는 지하에 직선화 한 노선을 새로 구축하고 기존 지하철보다 표정속도가 2배 이상 빨리(최고속도 180km/h) 수도권 외곽의 교통 불편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운정 – 동탄을 연결하는 GTX-A 노선이 개통되면 서울과 수도권을 30분대로 연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도로 통행량이 분산 및 감소되면 연간 약 44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 넓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실내는 좌석 폭을 기존 450mm에서 480mm로 확대하였고, 의자 사이에는 좌석 분리형 구조를 적용하여 편의성과 독립성을 향상시켰다. 출입문 상단과 객실 의자 사이에는 29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친환경 인증서를 받은 카페트를 적용함으로써 보다 안락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를 구현하였다. 또한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한 공기정화시설을 갖추고 소음 저감과 공기 기밀을 위해 국내 전동차 중 최초로 1.6m 수준의 ‘소음 저감 단문형 플러그인 도어’를 적용하였으며, 교행에 따른 영향 및 실내 소음 저감을 위해 고속차량에 적용하는 창문을 적용하는 등 쾌적하고 정숙한 실내 환경을 위한 다양한 설계가 적용되었다.
세계 곳곳에 진출한 현대로템 철도차량을 한자리에
이번 행사에서는 해외로 수출된 현대로템의 다양한 열차 모델을 직접 만나는 흔치 않은 경험도 할 수 있다. 현대로템은 2017년 터키 이즈미르 트램으로 유럽 트램 시장에 첫 진출한 이래 2019년 폴란드 바르샤바 등 트램의 본고장인 유럽에 트램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바르샤바 수출 트램이 현장에 전시돼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트램을 경험하고 동시에 이국적인 분위기도 느껴볼 수 있다
유럽 각지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 바로 트램이다. 멀리서도 시선을 잡아끄는 노란색 차체의 ‘폴란드 TW 바르샤바 트램’은 폴란드 바르샤바 트램 중 가장 긴 33m 차체, 최고 속도 70㎞/h의 사양을 갖추고 있다. 상황에 따라 유/무가선 주행이 모두 가능하며, 회생제동 에너지를 저장하는 울트라 캐패시터를 장착해 현지에서 운행되는 기존 트램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약 30% 줄인 것이 특징이다.
2018년 총 520량의 계약을 통해 대만 현지를 누비고 있는 대만의 ‘TRA 전동차’도 만나볼 수 있다. 통근형 전동차인 대만 TRA 전동차는 기존 차량 대비 무게를 약 10% 경량화하여 전기 소모량을 줄이고 최고 속도 130㎞/h까지 주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미소를 띠며 승객을 환영하는 듯한 특유의 디자인은 ‘A Smiling Welcome’이라는 문구로부터 영감을 받아 현대로템과 프랑스 떼제베 디자인 팀인 ‘MBD Technologies’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것으로, 현지 승객에게 친근함을 전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2016년 계약되어 호주 NSW주 서쪽 교외선 구간을 달리는 ‘호주 NIF 2층 전동차’도 전시되어 있었다. 최고 속도 160㎞/h로 달릴 수 있는 친환경, 저탄소화 열차이다. ‘Mariyung’으로 명명된 이 열차의 차량명은 호주 지역 원주민 문화를 존중하여 호주 시드니 지역 원주민 언어인 ‘Darug어’에서 따온 EMU의 의미로, 열차가 달리는 노선이 상당수의 원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을 통과하고 있어 더욱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호주 NIF 2층 전동차는 넓은 호주 대륙의 노선 구간을 오가는 많은 승객을 더욱 효율적으로 탑승시키기 위한 2층 구조로 되어 있다. 열차에 탑승한 관람객들은 계단을 통해 1,2층을 오르내리며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실내 구조에 신기해하거나 제한된 차고에서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 한 실내 구조를 꼼꼼히 살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속철도가 중심이 되는 전세계 철도산업 트렌드에 발맞춘 현대로템의 고속전철 개발 발자취와 준고속차량 GTX 전동차의 핵심기술을 엿볼 수 있었던 2023 부산 국제철도기술산업전. 올해로 20년을 맞이하는 국내 고속철도의 역사를 살펴보는 동시에 그간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해외 진출을 이룩한 현대로템의 다양한 성과를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