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교통수단의 운행과 동시에 수반되는 과제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유지보수다. 대규모 인원과 화물을 수송하는 철도차량은 안전성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주의도 필요하다. 열차의 사전 점검과 사후 분석이 승객의 안전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철도차량 분야에도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무선 네트워크,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유지보수 기술이 적극 도입되고 있다. 기술의 진보에 따라 철도차량의 운영뿐 아니라 유지보수 방법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철도차량 운영자 및 유지보수자의 끊임없는 요구 사항은 스마트 유지보수 시스템의 발전을 이끌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과거 사후 정비에서 사전(예방) 정비, 예측 정비까지 점차적으로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현대로템은 2018년부터 상태 기반 유지보수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해 올 상반기에 개발을 완료했다. 그리고 2024년까지 국내외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시스템의 가용성 및 유지보수성에 대한 검증을 마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대로템은 국내 철도차량 스마트 유지보수 분야 선도 기업으로서 입지를 굳건히 하고, 나아가 해외에서는 신흥 디지털 서비스 기업으로서 시스템의 신뢰성을 한층 높여 나갈 계획이다.
가장 선진화된 유지·보수 방법, CBM 시스템
철도차량 유지보수 방식 변화
과거의 유지보수는 통상 고장이 발생한 후에 정비를 하는 고장정비(Corrective Maintenance)와 정해진 주기를 기반으로 정비하는 예방정비(Preventive Maintenance)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방정비는 부품의 결함과 고장을 예방하기 위한 소극적인 조치로써, 부품 상태와 관계없이 정해진 주기에 따라 교체하거나 조정 및 점검한다. 때문에 부품의 잔존 수명과 상관없이 수행된 정비로 인해 불필요한 유휴 시간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후 발전된 유지보수 방식이 상태 기반 유지보수(Condition Based Maintenance),즉 CBM이다. 이는 각종 센서를 이용해 차량 및 주요 장치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고장 이력과 정비 운영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해 열차의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는 정비 방식이다. 이를 위해 현대로템은 다음의 4가지 단계를 고려해 CBM 시스템을 개발해 수행하고 있다.
- 데이터 수집
- 데이터 전처리
- 상태 진단 및 고장 예지
- 유지보수 적용
CBM 기술을 활용하면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결함을 조기에 확인하고, 부품의 열화 상태를 추적해 부품 결함의 진전을 예측하는 예지 또는 예측 정비(Predictive Maintenance)가 가능하다. 이러한 정비의 특징은 성능이 유효한 부품의 결함도 고려해 비용을 절감하고, 부품 수명 예측이 포함된 유지보수 계획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CBM이 궁극의 유지보수 방식이라 불리는 이유다.
CBM 시스템은 철도차량 생애주기비용(Life Cycle Cost, LCC) 최적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주요 장치의 잔존 수명을 예측하고, 가장 효율적인 점검 및 교체 횟수를 사전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유지보수 비용과 예비 부품 재고를 기존 대비 최대 30% 줄일 수 있는 반면, 장치의 수명은 40%까지 증가한다. 효율적인 유지보수가 철도차량 운영뿐만 아니라 설계, 개발 측면에서도 주요 사안으로 떠오른 배경이자, 현대로템이 스마트 유지보수 기술을 개발한 까닭이다.
빅데이터, 머신(딥)러닝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접목
빅데이터는 열차와 부품의 상태 및 고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CBM 시스템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단계로 업무가 수행된다.
- 데이터 수집
- 데이터 전처리
- 데이터 분석
각 단계별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대로템은 시스템 개발에 앞서 센서 마스터 목록을 작성해 센서의 유형 및 적용 방식, 데이터 수집 및 전처리 방법을 선정했다. 그리고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 솔루션의 단계별 요구 사항을 정립했다. 더불어 상태에 기반한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운행 시 열차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이는 주요 부품에 유·무선으로 장착되는 센서와 이러한 센서 데이터를 수집 및 전송하는 데이터 수집 장치(Analogue Digital Converter, ADC), 그리고 열차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 및 관리하는 엣지 서버(Edge Server)를 통해 이뤄진다.
상태기반 유지보수(CBM) 개념도
현대로템은 차상 CBM 시스템(Onboard System)과 지상 CBM 시스템(On premise & Cloud System)도 개발했다. 차상 시스템은 열차 내 주요 장치에 직접 부착된 센서를 통해 수집된 상태 데이터를 전처리 한 후 분석 및 저장한다. 지상 CBM 시스템은 데이터를 수집∙저장∙분석하는 메인분석서버를 통해 데이터를 취합하고 관리해준다. 또한, 데이터를 시각화해 사용자가 가장 효율적인 운영 및 유지보수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상태기반 유지보수(CBM) 시스템 구성
CBM 시스템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부터 유용한 정보를 모으고 분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로템은 데이터 베이스(Data Base, DB) 아키텍처를 구축했다. DB 아키텍처로 사전에 설정된 구조에 따라 수집되는 데이터는 실로 방대하다. 그러나 덕분에 차량 및 각 주요 장치의 위치부터 가속도, 유량, 전압, 소음 등의 정보를 비롯해 방송, CCTV 등의 정보도 수집 및 분류를 통해 손쉽게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안전과 직결된 대차의 차축 베어링, 감속기 등의 온도, 진동 주파수 등의 실시간 상태 정보는 당연하다. 철도차량 대차의 상태 모니터링은 안전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의 효율적인 관리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CBM 시스템의 열차 데이터 수집 및 전처리 과정
데이터 수집은 차량 단위로 이뤄진다. 데이터 수집 장치 등을 통해 열차 및 주요 기기의 각종 센서 정보를 모은다. 수집된 정보는 운전실의 엣지 서버로 보내져 전처리 및 분석 과정을 거친다. 이후 열차 및 주요 장치의 상태와 같은 핵심 정보를 선별해 운전실의 모니터를 통해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철도 운영자 및 유지보수자에게는 무선 송신 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또는 기지 내 차량 입고 시 지상 서버로 관련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를 통해 차량 또는 주요 부품의 열화 상태를 미리 살펴보고, 고장을 예측해 예방 정비를 할 수 있다. 만약 불가피하게 고장이 발생한 경우에는 자동으로 고장 원인을 분석한 뒤, 고장 보고·분석 및 고장 수리 시스템(Failure Reporting Analysis And Corrective Action System, FRACAS)과 연계해 긴급 고장 조치 및 복구 필요 여부 등을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현대로템은 주요 장치의 상태 진단 및 고장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 분석 로직과 알고리즘, 그리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시보드를 개발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전송 속도를 구현했다. 아울러 엄청난 양의 데이터 분석에는 머신러닝의 딥러닝 기법을 적용해 진단에 대한 신뢰성을 높였다. 참고로 중앙 서버에 수집된 모든 데이터는 유지보수 비용을 줄여 LCC의 경제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분석 및 평가된다.
시장 조사 업체인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에 따르면 2019년 350억 달러 규모였던 철도차량 유지보수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8%씩 성장할 전망이다. 향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펼쳐질 시장이라는 것이다. CBM 시스템은 기업에게는 새로운 먹거리를, 승객에게는 안전한 승차 환경을 제공한다. 현대로템은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인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엣지 컴퓨팅 기술 등을 융합한 CBM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차량 제작을 넘어 운영 및 유지보수까지 제공하는 철도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