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 변혁에 한창이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그리고 드론 등의 기술이 추가돼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산업계의 변화와 함께 철도 산업 또한 적극적으로 4차 산업과 관련된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통한 디지털 전환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 중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같은 실감(영상)기술의 도입이 대표적인 사례다. 철도차량 설계 검증부터 철도 운영자 및 유지보수자의 교육까지, 현대로템의 사례를 통해 실감기술이 철도 분야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봤다.
철도 산업이 실감기술에 주목하는 이유
최근 철도산업 분야에서 VR, AR과 같은 실감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양한 업무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실감기술 고유의 장점으로, 2차원이 아닌 3차원 콘텐츠라 한 번만 제작하면 철도차량 사업 전 영역에서 사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철도차량 콘텐츠를 개발하면 응용을 통해 디지털 조감도 및 모형(목업) 등으로 확장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설계부터 검증, 점검 및 유지보수 그리고 사용자 교육까지 필요한 업무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현대로템이 실물기술을 활용한 콘텐츠에 집중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불어 3D 콘텐츠를 통해 보다 생생하고 확실한 정보 전달이 가능하며, 해당 산업 분야에 대한 이해도도 향상시킬 수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4차 산업기술이 주요 산업에 적용되면 생산성이 증가한다. 실제로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Airbus)는 AR 기술을 활용해 항공기 검사 시간을 약 86% 단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3D 항공기의 모습이 실제와 가까워 담당 직원들의 이해도 증가 했고, 덕분에 업무 효율성도 향상된 것이다.
VR, 디지털 목업(mock-up)으로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다
현대로템은 실감기술의 활용성과 확장성에 주목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먼저 설계 정확성과 검증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와 생산 단계에 VR 콘텐츠를 도입했으며, VR 기술을 활용해 열차 제작 전 열차의 내∙외부 인테리어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목업을 개발했다. 이는 설계 데이터를 사용해 열차의 내∙외부 인테리어를 가상의 환경에서 실제처럼 모델링한 것으로, 기존의 평면 조감도를 3D로 변환했다고 보면 된다. 이를 통해 열차의 내∙외부 디자인을 보다 입체적,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목업은 디자인 검토 및 수정사항 반영에 소요되는 시간 단축과 더불어 설계 및 제작 기간 확보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설계와 생산 부문의 더욱 면밀한 협업을 가능케 해 유지보수와 제작 편의성, 안전성 등 한층 다양한 부분을 검토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결과적으로 철도차량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참고로 현대로템은 가상 환경에 대한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렌더링 기술을 활용해 실사화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유지보수와 교육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AR
AR 기술은 상태 기반 유지보수(Condition Based Maintenance, 이하 CBM) 시스템과 함께 유지보수 교육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여기서 CBM 기술은 사물인터넷과 무선 통신, 빅데이터 기술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철도차량의 주요 부품 및 구성품 등의 상태 정보를 확인해 효율적인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절차를 뜻한다. 여기에 AR 기술을 접목하면 상태 진단 정보, 고장 조치 및 예방 검수 방법, 유지보수 매뉴얼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다.
AR 콘텐츠는 운영자와 유지보수 담당자에 대한 교육 분야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실제 차량에 탑승하지 않고도 운전실 구조와 조작 방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운전자 시뮬레이터가 대표적이다. 정비 담당자 교육 콘텐츠는 열차 상하부 등 접근이 어려운 부분의 유지보수 및 고장 수리 방법 등의 학습을 지원한다. AR 기술의 핵심은 사물을 증강현실로 구현해 해당 사물을 보다 수월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이에 현대로템은 태블릿 PC와 바코드 형태로 구성품을 인식하는 콘텐츠를 개발했으며, 향후에는 이를 형상 인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실감기술은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 촉감, 주변 환경 등의 정보도 포함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실감경제의 부상과 파급효과’ 보고서에 의하면 실감기술은 오는 2023년 국내 생산액이 최대 41조 3,000억 원, 부가가치 15조 원, 고용 18만 7,000명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철도차량처럼 부피가 크고, 중량이 무거운 규모의 설비를 갖춰야 하는 경우 실감기술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현대로템은 VR과 AR 기술을 사용해 가상에서의 협업 환경을 만들고, 이를 체계적인 설계 및 제조 기술로 구축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처럼 철도 산업에도 점차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철도 업계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이처럼 개선된 철도차량과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제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기술 혁신과 진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