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산공정의 디지털화는 1980년대 초반 3D CAD가 등장하면서 본격화되었다. 3D CAD는 가상공간에 실제 제품과 거의 동일한 3차원의 형상을 구현해 제품 생산시간 단축, 원가절감, 품질향상의 효과를 가져왔으며, 특히 BMW, 벤츠, 혼다 등 자동차 제조기업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3D CAD는 1989년 보잉(BOEING)사가 3차원 디지털 목업(3D Digital Mock-up, DMU) 방식을 도입하며 더욱 진일보했다. 3D DMU는 제품의 개발 초기단계부터 모든 부품을 3D 모델링하고 이것을 컴퓨터로 조립, 검토해보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 최적화와 제품개발 기간의 획기적인 단축을 가능하게 했다. 보잉사는 실제 시제작품 없이 3D 환경에서 가상 시제작 후 보잉 777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디지털 생산공정은 이후 제품 생애 전주기를 아우르는 3D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개념으로 확장하며 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효율화를 극대화해갔다.
디지털 팩토리가 불러온 제조 혁신
디지털 팩토리는 DMU, 3D PLM등에서 한층 진보한 디지털 생산공정 개념으로, 현실의 공장 환경을 가상공간에 3D 모델로 재현하고 발생 가능한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제어를 실행하는 제조 혁신 방안이다. 간단하게는 3D 설계와 디지털 시뮬레이션으로 제품의 생산 현황을 세밀하게 제어하는 것으로 시작해, 나아가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사용해 현실의 제조환경과 가상공간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끊임없이 생산체계를 최적화해간다.
디지털 팩토리는 이미 다양한 기업에 적용되어 제조혁신을 이끌고 있다. 보잉은 미국 내 다수 공장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최대 50% 끌어올렸다고 설명하며, 독일 지멘스는 독일 암베르크 공장에 PLC(프로그램 로직 제어기) 제품 설계부터 생산 공정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100% 적용해 제품 불량률 0.0001%*를 달성했다. 애플 아이폰 생산기업인 중국 폭스콘의 경우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사물인터넷과 로봇공학이 도입된 디지털 트윈 제조공정을 통해 생산효율성은 30% 이상 증가시키고 재고 주기는 15% 감소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한국경제> 2022년 9월 12일자, ‘20년 걸려 ‘디지털 트윈’ 완성한 지멘스… 생산량 15배•품목 20배↑’
**<인더스트리뉴스> 2019년 1월 11일자, ‘세계경제포럼, 철강에서 스마트폰 제조까지 2019년 글로벌 미래 제조공장 7개 선정 발표’
New Rotem 4.0 시대를 향한 레일솔루션의 승부수, 디지털 팩토리
현대로템은 2023년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New Rotem 4.0 시대로의 전환’을 선포하며 지속가능한 이동의 시대를 향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철도, 방산, 플랜트 산업 분야에 인공지능(AI) 및 친환경 글로벌 산업 트렌드를 창의적으로 접목하는 것이 핵심으로 특히, 현대로템의 레일솔루션 부문은 지속가능 경영을 활발하게 선도하며 New Rotem 4.0 시대로 가는 발걸음을 가속화 하고 있다.
이에 현대로템은 레일솔루션연구소를 중심으로 생산본부와 함께 디지털 팩토리 실현을 위해 철도차량 제작의 전 주기인 설계 및 생산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로템은 CAD(Computer Aided Design),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및 CAM(Computer Aided Manufacturing)을 아우르는 디지털 설계 및 생산도구의 통합 솔루션을 활용해 최고급 수준의 3D 모델링을 구현하고 있다. 더 나아가 디지털 팩토리의 기본 개념인 ‘디지털 프리 어셈블리(Digital Pre-Assembly, ‘DPA’)’를 통해 간섭, 충돌, 간극 등 제품에 대한 인터페이스뿐만 아니라, 열차의 정적/동적 거동에 따른 변위 발생에 대한 간섭 검토를 통해 설계 오류를 발견하고 설계를 개선한다. 또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술을 활용해 자체 개발한 설계검증 콘텐츠를 통해 생산기술 부문과 협업하며 열차 제작 공정 및 공법에 대해 시뮬레이션하고 설계 오류를 줄이는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 및 경영환경의 변화로 각종 제조업체들은 적은 리소스를 투입하여 신속하고 완성도 높은 상품을 제작함으로써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 된 까닭에 제작 이전 단계 검증 시스템의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다. 특히, 철도사업의 해외시장 진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적지 않은 생산공정이 반영될 필요가 있어, 품질향상과 생산공정 최적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디지털 팩토리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이다.
생산공정 최적화의 첫 단추 : 디지털 트윈 기반 선행 설계 검증
현대로템은 제작 이전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선제적인 설계검증 시스템(DPA)과 업무체계 구축을 목표로 2023년부터 디지털팩토리팀을 신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철도차량 제작과 관련한 디지털 팩토리 구축을 위해 제품과 생산설비 인프라를 3D 모델링화하고, 이를 생산현장의 실제 공정 순서와 제작공정(공정, 공법, 생산설비, 작업조건 등)을 반영한 ‘디지털 사전 제작 시뮬레이션’을 통해 조립 및 생산의 정합성을 검증한 뒤 양산에 착수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생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검증 전용 상용 솔루션을 활용해 열차 제작에 필수 요소인 부품(Product), 공정(Process), 자재(Logistics) 등을 동시에 검증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디지털 팩토리 구축을 위해 철도차량 제작의 여러가지 공정 중에서도 용접 및 조립 공정의 사전 검증에 대한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열차의 강도와 강성 확보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용접 공정이기 때문에 대차(Bogie)와 차체(Car Body)를 아우르는 용접품의 ‘용접 공정 DPA’와 더불어 대차 및 차체조립을 포함하는 ‘조립 공정 DPA’ 체계 구축을 첫번째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공정 단계별 정보(WBS)를 구분 및 배분한 뒤 최신 3D 모델링을 활용해 각 공정을 실제 제작 순서대로 디지털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각 공정의 3D 모델링 과정은 도면과 공정의 완성도뿐 아니라 실제 용접 및 조립에 앞서 해당 공정의 제작성과 작업성을 선행 검증하는 고도화된 DPA 단계이다.
현대로템 대표차량군에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
2023년부터 시작한 현대로템의 디지털 팩토리 구축 프로젝트는 대차, 차체 등 주요 용접 공정의 디지털화를 통한 디지털 팩토리 구축을 위해 차량 생산공정 중 차체 용접 분야의 DPA를 시작으로 파일럿 프로그램 적용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차체 소조립 및 대조립, 대차 프레임 등 용접 프로세스와 관련한 주요 공정에서 디지털 팩토리 운용을 위한 다양한 정보 수집 과정에 있으며, 단계적으로 적용 공정 대상과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후 전동차, 트램, 2층 전동차, 전기기관차 등 현대로템의 대표 차량군에 순차적으로 디지털 팩토리를 적용, 생산성 향상과 설계 변경률 감소를 통해 생산 최적화를 끊임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차량군의 공정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공정을 디지털 트윈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실제 생산공정에서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팩토리 구축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 해나갈 것이다